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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위원회] K-ARTMARKET 미술시장 리포트 - 신진작가 문제와 한국미술시장의 편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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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8-28
  • by 허유림 편집위원
  • (재)예술경영지원센터

K-ARTMARKET 미술시장 리포트

신진작가 문제와 한국미술시장의 편향성

미술품 구매 경험 유무를 떠나 ‘향후 미술작품 구매 의향이 없는 주된 이유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소비자들은 ‘미술작품 가격이 비싸서’를 1위 답변으로 뽑았다. 실제로 각 연령대별 소장 작품 최고 가격대는 20대의 경우, ‘50만원 미만’(36.6%), 30대에서 50대는 ‘1백만원~3백만원 미만’, 60세 이상은 ‘5백만원~1천만원 미만’(20.2%) 임1)을 고려한다면 시장내에서 일반 수요자가 보고 즐기기 위해 쓸 수 있는 금액대의 미술시장의 가격 범위를 산정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작품 가격에 너무 많은 거품이 끼어 있기 때문이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 미술시장의 편향성: 일반 시민들 위한 미술시장이 형성되지 못하다

1. 한국상업화랑의 기형적 발달과 독점

국내에는 조선 후기까지 선물이나 교환 등의 형태로 작품이 유통된 것 외에 미술분야에서 유통이라는 특별한 구조가 없었다. 1913년에 이르러서야 ‘고금서화관’을 통해 비로소 미술품 판매가 시작되었고, 1930년대 중반부터 ‘조선미술관’등 대관 화랑이 생겨났다. 하지만 현대적 의미의 미술시장이 형성된 시기는 해외파 젊은 작가들이 국내에 들어와 활동을 시작한 1950년대 중반으로, 한국의 미술시장이 본격적인 구조를 갖추게 된 때는 ‘현대화랑’을 비롯한 현대적 화랑이 생겨나기 시작한 1970년대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2) 1970년 4월 당시 반도 화랑 직원이었던 박명자(현 갤러리 현대 회장)는 인사동 관훈 치과 건물을 개조한 공간에 현대 화랑을 개관한다. 3) 이를 필두로 명동 화랑(1970), 조선 화랑(1971), 진 화랑(1972), 동산방 화랑(1976), 선 화랑(1976) 등이 생겨났고, 이때부터 인사동은 새로운 화랑가로 자리 잡았다.

이들은 소위 한강의 기적이라 불리는 한국의 고도 성장 시기를 몸소 경험한 세대이다. 1970년대 개발 호조와 맞물려 부동산 가격이 폭등, 절정에 달한 아파트 투기 붐, 1970년대 후반에 부동산 경기 및 증권 시장이 침체 기미를 보이자 부동 자금이 골동품과 미술품으로 몰리며 신흥 부자들의 미술품 투기 양상은 더욱 고조되었다. 4) 더욱이 군사정권시절 뇌물로 사용된 미술품은 특수층만을 겨냥해 풀뿌리 미술시장과 일반 미술시장을 외면했고, 이렇게 고착된 기형적 구조는 오늘날까지 계속 이어져오고 있다.

실제로 현재 국내 미술시장은 소수의 상위 그룹이 유통의 대부분을 점유하고 있다. 화랑의 경우 상위 10개 화랑의 시장점유율은 75.8%에 달하고, 경매는 총 11개 회사 중 상위 2개의 경매회사가 시장의 85.6%를 차지하며 심한 쏠림 현상을 보이고 있다. 5)

2. 대중미술시장의 상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빠르게 회복한 세계미술시장과 달리 한국미술시장은 현재까지도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전에 없는 새로운 시대를 경험하고 있는 2020년 현재에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비엔날레를 비롯한 주요 국제 행사 및 아트바젤, 프리즈와 같은 세계적인 아트페어 행사 취소, 연기된 가운데 시장에 가해질 충격을 최소화한 서구미술시장과 달리 한국미술시장은 가속화되는 양극화 현상에 시장의 취약성을 더욱 극명하게 드러냈다.

서구 미술시장은 단 돈 몇 만원으로 즉석에서 구매가 가능한 상업 그림에서부터 미술시장의 최상위 층에서 거래되는 수 백억원까지의 작품까지 세분화된 단계로 끊임없이 새로운 작품과 작가, 고객을 맞이하며 순환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지난 수십년간 고여 있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한 문제점으로 1) 화랑 편향의 유통시스템, 2) 취약한 1차 시장 기능, 3) 소수 컬렉터 중심의 시장 구조로 인한 신진 작가들의 시장 진입 기회의 어려움, 4) 높은 작품가격으로 일반인의 시장참여 제한이 야기한 시장의 저변확대 등을 언급했다. 6) 그러나 이 모든 현상에는 일반 시민을 위한 미술시장이 형성되지 못한 점이 가장 큰 원인으로 작용, 다음과 같은 문제가 발생시켰다.

첫째, 고가의 미술시장 구조는 아주 소수의 작가만 생존하게 한다. 더욱이 이마저 작가 및 작품의 절대적 수치는 서구와 비교해 너무도 작아 한국 작가들의 독자적 화풍과 작품세계를 선보이기 어렵다. 둘째, 특정 갤러리에서 인정을 받아야하는 시장 구조는 작가 나이 50이 넘어서야 신진작가로 소개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이들은 자신만의 작업세계를 오랫동안 고수하며 꾸준히 활동하는 뚝심 있는 작가들이 대부분이다. 그렇기에 미술품 가격은 계속 고가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 작가를 발굴하고 작품을 지원, 작가의 작업세계를 일반 대중에게 소개해 고객을 배양해야 하는 갤러리는 자신들의 책임을 외면하기 때문에 당연히 젊은 작가가 상위 그룹 갤러리에서 전시를 하거나 작품이 판매될 기회는 많지 않다.

외국의 경우는 어떨까? 전 세계 미술시장의 규모는 미국, 영국, 중국 순이다. 이중 영국의 미술 시장은 크게 다섯 단계 △예비 작가의 저가 작품(5만~45만 원) △숙련된 작가의 상업 작품(50만~200만 원) △상업과 파인아트의 경계에 있는 작품(150만~800만 원) △국내 미술사적 가치를 인정받는 작품(1000만~수억 원 대) △세계 미술사에 편입된 작품(수억~수백억 원 이상)로 나뉜다. 이 암묵적 기준에 따라 대학을 갓 졸업했거나 시장에 막 진입한 작가의 작품은 첫 번째 단계로 재료비의 7~10배 수준의 가격을 형성하고, 이후 상업적 인정을 받으면 조형성과 인지도에 따라 가격이 올라간다. 7)

이렇게 영국 미술시장은 작은 지방에서도 여러 단계의 갤러리들이 영업을 하며 다양한 미술시장을 동시에 개장하고 있다. 일반 시민에게 미술 시장을 경험하게 하고 예비 컬렉터를 키우는 구조인 것이다. 이런 까닭으로 취미로 그림 그림을 파는 갤러리부터 최고 수준의 작가까지 수 십 단계의 신진작가 군이 전업작가 활동이 가능하다. 그렇다면 한국은 처음부터 대중을 위한 미술시장이 존재하지 않았던 것일까? 그렇지 않다.

1953년 전쟁이 끝난 서울 용산의 89만평 부지에 미8군 사령부와 한미연합 사령부, 주한미군 사령부 등 미군 지휘부와 외국인 주거 시설, 병원, 골프장이 들어섰다. 미군 기지를 중심으로 서쪽의 삼각지와 기지촌으로 번화한 동쪽의 이태원은 미군이 여가를 즐기던 곳이었다. 이곳에 미군에게 초상화를 그려주고 번 돈으로 생활하기 위한 화가들이 하나 둘 모여들었고, 삼각지 일대에는 주문을 받아 그림을 그리는 화가들의 작업실이 하나 둘 문을 열기 시작했다. 8) 짧은 한국현대미술사 속에서 전설이 된 박수근(1919~65)도 이곳에서 미군 초상화를 그렸다. 9) 중학교 진학도 포기할 정도의 가난한 집안 형편 탓이었다.

삼각지 미술은 철저히 수요에 의해 그리는 그림이었다. 이곳에서 만들어지는 대부분 작품이 이발소에 걸린 외국 명화 혹은 미국 카달로그에 나온 풍경을 베껴 대량 생산한 뒤 미국에 수출됐기 때문이다. 현재도 삼각지에서 그림을 그리는 한 화가는 “당시 하루에 40장도 그렸다. 장당 3000-2만원을 받고 팔았는데 수입이 정말 좋았다”라고 회상했다. 10) 그러나 나라 경제가 발전하며 삼각지의 그림 수출은 80년대 들어 인건비가 싼 중국과 베트남 등 동남아로 주도권이 넘어갔고, 삼각지 미술의 화려한 전성기는 70년대 후반으로 막을 내렸다. 삼각지 그림이 대중 미술로 자리잡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애초에 수출을 목적으로 그림을 그렸던 화가들은 수출이 막히자 전시 등 다양한 방법으로 판매 활로를 모색하고자 했다. 그러나 미국 대중미술 시장에 중점을 둔 작품 주제와 사이즈를 한국인들은 찾지 않았다. 30호 50호 사이즈를 주로 선호했던 미국인들과 달리 한국은 더 작은 사이즈, 한국에 맞는 콘텐츠를 요구했지만 화가들은 이를 파악하지 못했다. 더욱이 제작원가를 낮추기 위해 페인트나 값싼 안료를 사용한 것도 작품 관리에 문제가 되기도 했다. 그렇게 가장 대중적이고 쉽게 접할 수 있는 그림, 어느 동네나 5만원에서 10만원 사이면 살 수 있는 그림 시장은 한국에 자리 잡지 못했다. 이는 그림을 처음 시작하는 누구나 신진 작가가 될 수 있는 기회가 없어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작가에게는 아마추어여도 누구나 그림을 그릴 수 있고 팔 수 있는 다양한 시장이, 시장에서는 고객을 배양하고 구매자의 작품 보는 눈을 높일 수 있는 기회가 사라진 것이다.

현재는 용산 미군부대 이전과 지역 재개발 사업으로 인해 40여개의 화랑과 100명이 채 안 되는 화가들만이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11) 해마다 삼각지 미술의 옛 명성을 되살리고자 관련 단체 및 화가들의 다양한 전시와 미술 축제가 열리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번 놓친 불씨를 되살리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기형적으로 파생된 한국 미술시장의 작가 선정 및 작품 가격 형성 기준 때문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문화 예술이 경제와 함께 움직인다고 말한다. 선진국일수록 GDP 대피 문화예술 소비시장의 규모 또한 커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의 1인당 GDP는 중국보다 4배 이상 높지만 세계 미술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중국이 30%인 반면 한국은 0.4%에 불과하다. 이는 한국 미술시장에는 세계미술시장의 거래 원칙에 반하는 부분이 존재한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그중 한 예가 작가와 소비자가 공감할 수 없는 미술품 가격 산출법이다.

실제로 2019년 사단법인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는 ‘미술품 가격 결정 모형’을 발표했다. 작가의 학업, 전시활동, 인지도를 통해 ‘통상가격’을 산출, 이를 가격에 반영한다는 내용이었다. 학부 비전공 1점, 대학 졸업 2점, 대학·대학원 졸업 3점으로 차등을 뒀으며, 전시 활동은 대관전 1점, 기획전 2점, 초대전 3점으로 나눴다. 인지도 면에서는 수장 이력·소장 내역·보도 내용을 평가해 최대 3점까지 주기로 했다. 12) 그러나 해당 내용을 취재한 한 기자는 기자칼럼을 통해 ‘많은 대중들이 미술품의 가치를 제대로 알지 못한다. 그러나 작가의 학력이 작품의 가치를 결정하지 않는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다. 가장 이상적인 것은 수많은 사람들이 미술품 시장에 관심을 가지고 그 가격 결정에 참여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라고 밝혔다.13)

한국미술시장은 스스로 허리역할을 할 수 있는 작가와 작품을 배제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수많은 전시와 아트페어에도 불구하고 한국 미술시장은 전시 콘텐츠 부재, 작가와 작품의 다양성 부재를 겪으며 “그 밥에 그 나물” 이라는 반복적인 피드백을 받고 있다.

- 다양한 계층의 신진작가 발굴로 한국 미술시장은 활성화 되어야

2008년 예술의 전당에서 ‘김 과장 전시장 가는 길’ 이라는 타이틀로 MANIF 전이 열렸다. 타이틀에서 알 수 있듯 화랑들은 미술 시장을 일부 부유층 중심에서 김 과장으로 대표되는 중산층으로 확대하고자 했고, 일상생활 속에서 미술 작품에 대한 접근을 용이하게 하고자 했다. 미술품이 사치품이라는 인식을 개선하고 소장문화를 확산하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한 것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전시 및 아트페어 뿐만 아니라 ‘월급쟁이, 컬렉터 되다’, ‘아무래도 그림을 사야겠습니다’ 와 같은 일반인을 위한 미술품 구매 가이드 책으로도 꾸준히 소비되고 있다. 그만큼 미술품에 대한 수요와 수요에 발맞추고자 하는 움직임과 변화가 함께 보여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한 것은 불과 10년 정도로 현재의 상황이 안정된 시장 구조를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다.

이는 작품을 보는 일반 시민의 눈높이 수준이 낮다고 일회성으로 휘발되는 작품과 전시만 보여줄 것도, 저가 작품을 다루는 시장이 싸구려라고 외면해서도 안된다는 뜻이다. 중요한 점은 계속해서 순환하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대중의 눈높이는 얼마든지 상향될 수 있고, 변화하는 시장에 맞춰 고객은 끊임없이 배양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술 시장의 단계가 유동적인 이유는 시장의 소비자가 끊임없이 새롭게 진입하고 다음 단계로 이동해서이다. 이를 위해 다양한 눈높이를 수용한 미술 정책도 필요하다. 사회는 아카데미 미술에 편향되거나 특정 대상을 중심으로 성장한 미술이 아닌 누구나 자유롭게 보고 즐길 수 있는 미술시장을 형성해야 한다. 이것이 다양한 신진작가와 다양한 작품이 나올 수 기회이고 한국미술시장이 대중에게 다가가며 더 확장할 수 있는 기회이다.

1) 예술경영 397호_2018.2.28
http://www.gokams.or.kr/webzine/mobile/plan/view.asp?idx=2064&page=5&c_idx=0&searchString=

2) S.Y. Kim, “Chronology of the Modern Korean Art History”, The study of the Eastern Classic, vol.46, pp.295-318, 2012

3) 이경택, 한국미술 역사 된 현대화랑 50년 이름 바꾼 갤러리 현대서 기념전, 문화일보 2020.04.22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20042201032027097002

4) [골동품, 그림 값 급등, 부동산 증시 침체로 부동 자금 몰려] 중앙일보 1978.09.06

5) 김선영, 이의신 (2018). 미술 대중화를 위한 작가중심형 아트페어 사례연구, 한국산학기술학회 논문지 19(2), 279-292

6) 김선영, 이의신 (2018). 미술 대중화를 위한 작가중심형 아트페어 사례연구, 한국산학기술학회 논문지 19(2), 279-292

7) 김민, “한국 작품 정말 비싸네”..탄식 나온 영국 미술시장, 동아일보 2019.12.15,
https://www.donga.com/news/article/all/20191215/98812650/9

8) 정세영, [컬처 리포트] 삼각지 미술 예찬 ‘싸구려 행복’에 깃든 의미, 행복이가득한집 2010.12
http://happy.designhouse.co.kr/magazine/magazine_view/00010005/2902

9) 권태호, 예술혼 흐르는 상업미술, 한겨레신문 1997.03.13
http://legacy.h21.hani.co.kr/hankr21/K_973D0148/973D0148_027.html

10) 이지은, 달러 끌어모았지 그림공장 같았어, 중앙일보 2013.10.11
https://news.joins.com/article/12824656

11) 김현진, 공감리포트 ‘실력있는 무명 화가들의 등용문 삼각지 화랑가’, 문화포털 2017.02.10
https://www.culture.go.kr/culture/themeView.do?seq=934

12) 정아란, 미술품 가격 어떻게 매기나…미술시가감정협회 자체 모형 공개, 연합뉴스 2019.07.30
https://www.yna.co.kr/view/AKR20190730136600005

13) 홍진수, [기자칼럼] 미술 작품의 가격, 2019.08.07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_id=201908072035025

필자 소개

 
필자 소개 - 허 유 림

허 유 림 – K-ARTMARKET 편집위원

- 허유림은 예술 전시와 강의 콘텐츠를 기획하는 RP INSTITUTE 대표로 미술 시장 성숙을 위한 아트 컨설팅과 투어, 강의를 진행해오고 있다. 2019년 담양 담빛예술창고에서 ‘당신의 몸이 신자연이다’ 전시를 기획했으며 <미술품 가격에는 이유가 있다>의 저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