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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위원회] K-ARTMARKET 미술시장 리포트 - 해외 경매시장의 한국 여성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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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9-30
  • by 최선희 편집위원
  • (재)예술경영지원센터

K-ARTMARKET 미술시장 리포트

해외 경매시장의 한국 여성 작가

2019년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전시는 김현진 예술감독을 중심으로 정은영, 남화연, 제인 진 카이젠 3명의 여성 작가로 구성되어 전통과 근대성, 역사적 아카이브, 여성, 퀴어적 젠더 복합성 등 이질적 영역을 관통하는 동아시아의 담론을 드러내는 작품들을 선보였다. 《역사가 우리를 망쳐놨지만 그래도 상관없다(History Has Failed Us, but No Matter)》는 제목으로 아시아 근현대를 탈주하고 재구성하는 수행적 여성 서사들을 풀어내었다. 주제와 함께 여성 감독, 여성 작가들로 구성된 한국관 전시는 당시 국내에서의 미투 운동 등 사회적 이슈들과 맞물려 더욱 주목받았다.

그러나 베니스비엔날레 같은 국제적인 전시행사는 이례적으로 ‘여성’이라는 성별과 그와 관련된 담론으로 주목을 받은 경우이지만, 국내는 물론 해외 경매시장에서 한국 작가이자 여성 작가가 최고가 기록을 세우거나 많은 작품이 판매되는 사례는 없었다.

해외 경매시장은 더욱더 남성 작가가 주도하는 시장으로 지난 10년 동안 경매시장에서 거래되는 작품의 90% 이상이 남성 작가의 작품이었으며, 거래 총액도 남성 작가의 작품이 94% 이상을 차지하였다. 경매시장에서 거래되는 여성 작가의 작품은 지난 10년 동안 크게 늘지 않았으며, 2008년도에 경매 거래량의 6%를 차지했던 여성 작가의 작품은 2018년도에 8%로 지난 10년 동안 약 2%의 상승에 그친 것을 볼 수 있다. 대표적인 여성 작가로는 쿠사마 야요이, 조지아 오키프, 조안 미첼이다.

경매 TOP3 여성 작가의 지난 10년 가격변동추이 ©ART BASEL&UBS

[그림 1] 경매 TOP3 여성 작가의 지난 10년 가격변동추이 ©ART BASEL&UBS

굳이 해외로 한정하지 않더라도 경매시장에서 거래되는 한국 여성 작가는 손에 꼽을 정도로 적은 수이다.

이불은 여성 작가로서 뿐만이 아니라 한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예술가이다. 1990년대 후반부터 ‘사이보그’와 ‘몬스터’ 연작으로 주목받기 시작했으며, 뉴욕 현대미술관, 구겐하임미술관, 파리 퐁피두센터, 일본 모리미술관 등 세계 유수의 미술관에서 전시를 했고 1999년에는 베니스비엔날레 특별상을 받기도 하였다. 저항적이고 실험적인 퍼포먼스로 세계적인 스타 작가가 된 이불은 2018년 런던 헤이워드갤러리와 베를린 그로피우스바우에서 대규모 회고전으로 극찬을 받았으며, 2019년 3월에는 아트바젤 홍콩 전시장 입구에 대형 비행선 작품을 띄워 관람객 시선을 집중시켰다. 이어 호암상 예술상을 수상하였고, 1999년 베니스비엔날레 특별상을 수상한 지 20년 만에 2019년 베니스비엔날레에서 본전시에 초대되었다.

〈사이보그 W5〉1999, Hand-cut polyurethane panels on FRP, urethane coating, 150×55×90cm Photo courtesy: Studio Lee Bul

[그림 2] <사이보그 W5> 1999, Hand-cut polyurethane panels on FRP, urethane coating, 150×55×90cm Photo courtesy: Studio Lee Bul

이처럼 해외 유수의 미술관과 아트페어에서 더욱 인정받고 있는 이불의 작품은 경매시장에서도 국내보다는 해외에서 더 많이 거래되고 있다. 이불의 작품이 해외 경매에 출품되기 시작한 시기는 2008년 홍콩과 싱가포르에서 시작되었으며 한국 현대미술 작가들이 해외 경매시장에 출품되기 시작한 즈음이다. 공식적인 경매출품작은 총 42점으로 집계되어 있다. 작가의 최고가 경매기록으로 10만 달러 이상 거래된 작품들은 홍콩과 뉴욕에서 거래되었다.1)

© Artprice.com

[그림 3] © Artprice.com

정리되어 있는 데이터들은 경매데이터를 기반으로 작성되는 것들이라 갤러리나 미술관 혹은 재단 소장품이 많은 작가들의 거래량을 정확하게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

이불 작품거래의 지리적 분포(2000-2020) © Artprice.com

[그림 4] 이불 작품거래의 지리적 분포(2000-2020) © Artprice.com

양혜규는 올해 7번째 《MMCA 현대차시리즈 2020》 작가로 선정되어 국립현대미술관 내 ‘서울박스’에 10m에 달하는 움직이는 블라인드 조각 <침묵의 저장고-클릭된 속심(2017)>이 설치되어 있다. 이 작품은 킨들현대미술센터(KINDL – Centre for Contemporary Art) (베를린, 독일) 보일러 하우스에 2017년 설치된 바 있으며, 15년간 이어진 작가의 '블라인드 시리즈' 중 최신작이다.

©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그림 5] ©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양혜규, 〈침묵의 저장고 클릭된 속심〉, 2017, 전시전경, 킨들 현대미술센터, 베를린, 독일

[그림 6] 양혜규, <침묵의 저장고 클릭된 속심>, 2017, 전시전경, 킨들 현대미술센터, 베를린, 독일

사진: Jens Ziehe

이미지 제공: 국제갤러리

1996년 이후 현재까지 베를린과 서울을 기반으로 국제 미술 무대에서 가장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양혜규는 2017년 아시아 여성 작가 최초로 ‘볼프강 한 미술상(Wolfgang Hahn Prize)’을 수상하였으며 이 수상과 함께 2018년 독일 쾰른 루트비히미술관에서 열린 《도착 예정 시간(ETA) 1994 – 2018》은 관객 6만 5,742명이 다녀갔을 정도로 성황이었다. 이 전시는 1994년 데뷔 이후 24년간의 작업 세계를 아우르는 대형 설치작품과 사진, 종이 작업, 비디오 에세이, 의인화된 조각 등 120여 점을 선보인 전시였다. 그중 붉은색 대형 블라인드 설치작품 〈조우의 산맥(2008)〉은 루트비히미술관에 소장되었다. 또한 영국의 저명한 현대미술지 ‘아트리뷰(ArtReview)’가 발표한 2019 미술계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 ‘2019 POWER100’에 36위로 선정되는 등 세계 미술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양혜규는 특정한 역사적 인물이나 구체적인 일상의 환경 등을 설치, 조각, 영상, 사진 등 다양한 매체를 아우르는 정교하면서도 추상적인 조형 언어로 번역해낸다. 특히 그의 최근 설치 작업은 감각을 자극하는 다양한 장치를 도입함으로써 공간을 보다 신체적인 영역으로 확장하고 있다. 양혜규의 작업은 변형된 것들, 일상에 잠재되어 있는 이질성의 의미망을 발굴해낸다. 이미 존재하는 문화사회적 체계를 교란시킴으로써 미술의 비전형적인 해석을 도모하고, 인간 삶의 조건과 정치성의 문제에 주목한다.

양혜규 역시 국내보다는 해외 미술관 전시가 훨씬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최근 경매시장에서도 종종 출품되는 작품을 볼 수 있다. 2015년 삼성미술관리움 《코끼리를 쏘다 象 코끼리를 생각하다(Shooting the Elephant 象 Thinking the Elephant)》 전시 이후 2016년 퐁피두센터 《좀처럼 가시지 않는 누스(Lingering Nous)》, 2017년 킨들현대미술센터 《양혜규: 침묵의 저장고 – 클릭된 속심(Haegue Yang: Silo of Silence – Clicked Core)》, 2018년 루트비히 미술관 《도착 예정 시간(ETA) 1994 – 2018》, 2019년 뉴욕현대미술관 《양혜규: 손잡이(Haegue Yang: Handles)》 등 매년 대형 전시들을 이어가고 있으며, 이 시기와 맞물려 경매시장 거래량도 급격히 늘어남을 볼 수 있다.

© Artprice.com

[그림 7] © Artprice.com

올해 7월 크리스티 홍콩 근현대 미술품 데이세일에 출품된 <Central Composition in Explosion – Trustworthy ‘For Sophie Taeuber’ #184(2012-2013)>은 추정가(38,706 달러 – 51,608 달러)의 2배 정도인 83,863 달러에 낙찰되었다.

양혜규 〈Central Composition in Explosion – Trustworthy ‘For Sophie Taeuber’ #184〉, 2012-2013, Mixed media drawing (collage, various envelope security patterns and graph paper)/cardboard, 95 x 95 cm © Christies

[그림 8] 양혜규 <Central Composition in Explosion – Trustworthy ‘For Sophie Taeuber’ #184>, 2012-2013,
Mixed media drawing (collage, various envelope security patterns and graph paper)/cardboard, 95 x 95 cm © Christies

최근 10월 소더비 홍콩 현대미술 데이세일에 <Over The Waves and Trails - Trustworthy #87 - #104>가 추정가 64,515 달러 – 90,321 달러에 출품되었다.

양혜규 〈Over The Waves and Trails - Trustworthy #87 - #104〉, 2011, Installation (various security envelopes, graph paper/cardboard; comprising 18 parts), 72.2 x 102.2 cm © Sothebys

[그림 9] 양혜규 <Over The Waves and Trails - Trustworthy #87 - #104>, 2011,
Installation (various security envelopes, graph paper/cardboard; comprising 18 parts), 72.2 x 102.2 cm © Sothebys

필자 소개

 
필자 소개 - 최 선 희

최 선 희(ART&CHOI’S 대표) – K-ARTMARKET 편집위원

- 최선희는 갤러리현대 아트컨설팅팀의 애널리스트로 근무하였고, 이후 케이옥션에서 경매팀의 총괄 스페셜리스트로 국내외 경매를 담당하며, 15년 이상 현장에서 활동해왔다. 다양한 미술시장 경험과 실무 감각을 바탕으로 현재 기업 및 개인 컬렉터의 프라이빗 컬렉션을 관리하는 아트 어드바이저로 일하고 있다. 홍익대학교 대학원 예술학과와 Sotherby Institute of Art, Singapore <Connecting Art & Business> 수료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