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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위원회] K-ARTMARKET 미술시장 리포트 - 주요 아트페어의 변화와 방향(2020년 하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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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11-30
  • by 이경민 편집위원
  • (재)예술경영지원센터

K-ARTMARKET 미술시장 리포트

포스트 코로나 시대, 온라인으로 이동한 미술시장
3. 주요 아트페어의 변화와 방향(2020년 하반기)

1. 변화하는 아트페어

미술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전시와 행사는 하반기를 기해 열린다. 2020년 하반기도 예외는 아니었다. 코로나19로 락다운이 다시 시동을 걸기 전 세계 곳곳에서는 오프라인 전시와 행사도 재개되었다. 한국 역시 8월 중순을 기점으로 확산세가 빨라진 탓에 대응 단계가 상향조정되었고 이에 따라 다양한 국제 행사가 다시 온라인으로 전환되는 등 부침이 컸다. 이번 연재는 주요 아트페어들이 상반기의 경험을 바탕으로 취한 변화를 살피고 주요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따라서 첫 번째 연재에서 자세히 다룬 개별 갤러리의 온라인 뷰잉룸 움직임보다 아트페어의 전시형식과 프로그램이 어떻게 변화했고 앞으로의 방향에 초점을 맞추겠다.

1-1. 온오프라인 하이브리드

온라인 뷰잉룸으로 전시를 개최한 아트페어들은 참여 갤러리의 오프라인 뷰잉룸 전시를 독려했고, 오프라인 행사를 진행한 아트페어들 역시 방문하지 못하는 관객과 자체 홍보 및 아카이빙을 위해 온라인 뷰잉룸을 병행했다.

연재 1부2부에 언급한 것처럼 코로나19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아트페어는 대부분 온라인으로 진행되었는데, 눈에 띄는 점은 오프라인 행사를 연계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시도했다는 점이다. 온라인 뷰잉룸에 작품을 출품한 갤러리가 각자 전시공간에 출품작을 전시하는 오프라인 뷰잉룸을 마련할 것을 권장하는 등 프리즈 아트페어는 프리즈위크와, 키아프(KIAF)는 미술주간 행사와 연계해 온·오프라인을 연결하는 전략을 꾀했다. 이는 아트바젤의 바젤 에디션이 온라인으로 전환되자 이에 참여했던 베를린의 갤러리 32곳이 오프라인 전시를 선보였던 《바젤 바이 베를린(Basel by Berlin)》 행사처럼 작품과 사람을 실제로 마주하지 못했던 아쉬움을 어느 정도 해소했다.

1-2. 행사방식과 규모, 기간 변주

대규모 인원이 밀집하는 아트페어가 새로운 사업모델과 행사방식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라는 점은 지난 연재에서도 언급했는데, 아트바젤은 오는 11월 27일부터 나흘 동안 홍콩 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되는 다른 아트페어에 일부 주요 갤러리와 함께 참여하며, 뉴욕 랜덜스 아일랜드(Randalls Island)에서 개최해온 프리즈 뉴욕은 2021년 5월 맨해튼 서부 허드슨 야드의 아트센터 더 셰드(The Shed)에서 개최할 것이라고 밝혔다. 프리즈 뉴욕에서 비교적 신생 갤러리가 참여해 주목받는 프레임 섹터의 60여 개 갤러리만을 따로 소개한다. 단기간 많은 인원이 실내에 모이는 형식의 전시와 행사는 이처럼 몸집과 기간을 줄이거나 온·오프라인 행사를 병행하는 등 새로운 방식을 모색하고 있다.

1-3. 2021년 일정 연기

한편 2021년 상황을 예측할 수 없는 시점에서 내년 행사를 연기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2019년 2월부터 파라마운트 픽처스 스튜디오에서 아트페어를 진행했던 프리즈 LA는 2021년 이례적으로 7월 마지막 주로 연기하고, 새로운 형식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기존 파라마운트에서 열릴지 개최 장소는 명시하지 않았는데, 예측 불가능한 상황 때문으로 보인다. 아울러 프리즈 설립 30주년을 맞는 2021년에 프리즈 매거진의 에디터들이 기획하는 3일간의 특별 디지털 프로그래밍을 통해 지난 30년간의 역사를 돌아볼 것이라고 밝혔다. 아트바젤 홍콩 역시 2021년 3월에서 5월로, 타이베이 당다이도 1월 페어를 7월로 연기했다.

2. 2020년 하반기 주요 아트페어
2-1. 프리즈 런던과 프리즈 마스터
프리즈 런던과 프리즈 마스터 온라인 뷰잉룸의 기능을 소개하는 페이지

[사진 1] 프리즈 런던과 프리즈 마스터 온라인 뷰잉룸의 기능을 소개하는 페이지

출처 https://frieze.com/fairs/frieze-viewing-room.

프리즈 런던과 마스터는 프리즈위크 기간 온·오프라인 행사와 함께 진행되었는데, 라이브챗, 작품 가격대와 매체, 작가의 국적과 성별 등을 검색할 수 있는 다양한 필터와 도구, 선호하는 작품과 갤러리를 저장하는 기능을 추가했다. 이는 이용자 경험과 편의를 높이기 위한 전략인 한편, 주최 측과 참여 갤러리가 유용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기 위한 도구이기도 하다.

프리즈 런던과 마스터 온라인 뷰잉룸에 참여한 259곳의 갤러리는 실제 갤러리에서 프리즈에 소개한 작품을 전시하는 등 아트페어들은 대부분 온·오프라인을 모두 활용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프리즈 아트페어의 글로벌 디렉터 빅토리아 시덜(victoria Siddall)은 “초반에는 갤러리 대부분이 온라인 페어의 부스를 실제 페어와 같은 방식으로 활용했다면, 이제 그들은 온라인이 작품을 보여주는 다른 방식이라는 점을 깨닫고 적용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프리즈 런던과 프리즈 마스터 온라인 뷰잉룸 메인 화면 일부

[사진 2] 프리즈 런던과 프리즈 마스터 온라인 뷰잉룸 메인 화면 일부

출처 https://frieze.com/fairs/frieze-viewing-room.

시덜은 “팬데믹 이전에는 온라인에서 판매되는 작품의 상한가가 분명히 존재했다면, 이제는 그렇지 않다.”고 밝혔다. 프리즈 런던과 마스터 온라인 뷰잉룸의 VIP 프리뷰를 통해 고가의 작품이 일제히 판매되었다. 하우저 앤 워스는 첫 날 1천만 달러(약 120억 원)가 넘는 작품을 판매했는데, 마크 브래드포드가 쿼런틴 기간 제작한 회화 〈Q7〉이 350만 달러에, 잭 위튼의 1971년 작품이 250만 달러, 조지 콘도의 신작이 185만 달러, 래쉬드 존슨의 회화가 85만 달러, 이자 겐츠켄의 조각이 29만 달러에 판매되는 등 회화를 중심으로 여러 작품을 판매했다. 타데우스 로팍 역시 알렉스 카츠의 작품을 65만 달러에, 남아공의 굿맨 갤러리는 윌리엄 켄트리지의 브론즈 조각 40점으로 구성된 신작 〈Cursive〉를 60만 달러에 판매했다. 데이비드 즈워너는 네오 라우흐와 오스카 무리요, 리사 유스카비지의 신작을 15만 달러에서 35만 달러 사이에, 티나 킴 갤러리는 하종현의 신작을 13만 달러에 판매했다.1)

10월 온라인으로 개최된 프리즈 런던과 마스터 역시 5월 뉴욕 에디션부터 자체 앱을 통해 관객이 자신의 집이나 공간에 출품작을 구현할 수 있는 AR기술을 접목했다. 이는 앞서 연재에서도 소개했던 리슨갤러리와 '오그먼트(Augment)'사의 협업, 아트시의 AR 서비스, VR와 AR을 접목한 확장현실(XR, Extended Reality) 기술을 소개하는 플랫폼 볼틱(Vortic)에서도 간단히 언급했으며, 온라인 관련 기술을 다룰 12월 마지막 연재에서 자세히 언급하고자 한다.

2-2. 아트바젤 OVR 시리즈
아트바젤 OVR:20c에 참여한 아시아 지역 갤러리 리스트. 한국에서 국제갤러리와 아라리오갤러리가 참여했다.

[사진 3] 아트바젤 OVR:20c에 참여한 아시아 지역 갤러리 리스트. 한국에서 국제갤러리와 아라리오갤러리가 참여했다.

출처 https://www.artbasel.com/ovr.

아트바젤 역시 기존 3월 홍콩, 6월 바젤, 12월 마이애미비치에서 정기적으로 개최해온 에디션의 온라인 뷰잉룸 외에 단독 온라인 뷰잉룸(Online Viewing Room, OVR) 시리즈를 진행했다. 2020년에 제작된 신작을 선보이는 OVR:2020은 9월, 20세기에 제작된 작품을 소개하는 OVR:20c는 10월 각각 3일 동안 갤러리 100곳만을 선보였는데, 작품을 열점씩 업로드했던 기존 방식을 벗어나 각 6점으로 제한했다. 이처럼 온라인 아트페어 역시 참여 갤러리 수와 작품 수 같은 규모와 행사기간을 대폭 줄였다. 선택과 집중 전략을 펼치고, 관객이 느끼는 온라인 전시의 피로감을 줄이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한편 이 온라인 뷰잉룸들은 처음으로 갤러리가 참여비용을 지불한 첫 온라인 행사로, 동일하게 5000스위스프랑(약 600만 원)을 적용했다.

아트바젤의 글로벌 디렉터 마크 스피글러(Marc Spiegler)는 “처음에는 갤러리 250여 곳이 참여하는 실제 아트페어를 온라인에 구축하려 했으나, 온라인에서는 그 부분이 성공적이지 못했다. 초점을 맞추고 타이트하게 진행하는 것이 현재 미술시장에 적합하다고 판단했다.”2) 고 밝혔다. 앞에 언급한 프리즈 글로벌 디렉터 시덜의 의견과 일맥상통한다. 갤러리들은 대부분 한 작가의 개인전으로 자신들의 온라인 전시를 꾸렸고, 라이브챗 기능을 추가하여 갤러리스트가 접속해 있을 경우 바로 대화가 가능하도록 했다. 이 역시 짧은 기간 동안 진행하는 행사이기에 가능한 기능이다. 한편 갤러리와 작가의 이름과 이미지목록을 제공하는 한편, 작품가격대와 매체를 세분화하고 갤러리의 지역으로 검색하는 등 다양한 검색 도구를 마련했다. OVR:2020에는 작가들이 대부분 외부활동을 줄이고 스튜디오나 집에서 제작한 신작을 선보였기에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거나 종이 등 제작하기 수월한 매체를 사용하는 특징이 보였고, OVR:20c에는 블루칩 작가들의 주요 작품과 함께 비디오 및 퍼포먼스 관련 마스터피스도 출품되었다.

한편 아트바젤은 2021년 홍콩 에디션 오프라인 행사를 3월에서 5월로 연기하는 한편, 11월 27일부터 30일까지 나흘 동안 홍콩 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되는 파인아트아시아(Fine Art Asia)에서 아트바젤 홍콩에 참여하는 홍콩 소재 갤러리 22곳과 함께 홍콩 스포트라이트(Hong Kong Spotlight)를 선보인다. 리만 머핀, 레비 고비, 마시모 드 카를로, 가고시안, 페이스, 악셀 페어보르트 등이 참여한다. 12월 마이애미 에디션은 역시 올해 홍콩과 바젤 에디션처럼 온라인 뷰잉룸으로 진행되며, 12월 2-4일 VIP 프리뷰 이후 4일부터 6일까지 개최된다. 255곳의 갤러리가 참여하고, 온라인 프로그램과 마이애미 아트 위크 역시 함께 연계하여 진행될 예정이다.

이처럼 대규모 국제 아트페어들은 일부 섹터만 따로 행사를 개최하거나 다른 지역 아트페어의 일부 프로그램으로 참여하고, 기존 일정을 연기하거나 온라인과 오프라인 하이브리드 방식을 취하며, 온라인 뷰잉룸 역시 규모와 기간을 줄여 집중적으로 개최하는 등 전시 형태와 사업 모델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2-3. 키아프 아트 서울
키아프 아트 서울 2020에 참여한 갤러리 리스트 일부.

[사진 4] 키아프 아트 서울 2020에 참여한 갤러리 리스트 일부.

출처 https://kiaf.org.

키아프 아트 서울(이하 키아프)은 팬데믹 이후 개최되는 첫 국제아트페어가 될 것이라 예측했지만 8월 말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며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격상되어 오프라인 행사를 취소하고 온라인으로 전환한다고 발표했다. 미리 온라인 뷰잉룸과 웹사이트 리뉴얼을 준비해온 만큼 바로 온라인으로 전환해 33일 동안 진행되었고, 11개국 갤러리 139곳이 참여했다. 국내 갤러리 다수와 독일에 기반을 둔 국제적인 갤러리인 슈프뤼트 마거스, 쾨니히갤러리, 노이거리엠슈나이더가 참여해 좋은 성과를 보였다. 올해 키아프에는 약 3만7000명, 하루 평균 1,000명 이상이 접속한 것으로 집계되었다.

참여 갤러리 설문조사 결과 온라인 뷰잉룸을 통해 작품을 판매한 갤러리는 59.7%였고, 1~2점을 판매한 32.8%와 3~10점을 판매한 26.8%를 더한 수치다. 판매된 작품 가격은 1,000~5,000만 원 사이가 25.8%, 5,000만~1억 원 사이와 1억 원 이상이 각각 3%로 집계되었으며, 향후 키아프 온라인 뷰잉룸에 참여할 의사를 밝힌 갤러리는 93.9%에 달했다.

키아프 아트 서울 2020의 온라인 프로그램들.

[사진 5] 키아프 아트 서울 2020의 온라인 프로그램들.

출처 https://kiaf.org/program/events.

키아프는 다양한 온라인 프로그램을 기획했는데, 참여 갤러리들이 온라인 뷰잉룸에 출품하는 작품을 실제 갤러리 공간에서도 소개하도록 독려하고 전시 전경 이미지와 영상을 키아프 웹사이트에 소개하는 ‘ON-SITE’, 갤러리가 작가와 작품을 소개하는 ‘LIVE & TALK’, 코엑스 현장에서 진행할 예정이었던 토크 프로그램을 촬영한 강연과 글 ‘ARTICLE’ 등을 온라인 프로그램으로 운영했다.

김동현 키아프 팀장은 “코로나19의 팬데믹 영향으로 키아프는 전시방식과 향후 역할을 고민하게 되었다. 그동안 1년에 며칠간 개최되는 아트페어 기간에 집중해왔던 것이 사실이지만, 앞으로는 한국 갤러리와 소속작가, 그들의 작품을 찾는 주요 플랫폼이자 한국 미술시장 전반을 국영문으로 소개하는 주요 매체로 나아가고자 한다. 이를 위해서는 키아프 자체의 주요 콘텐츠를 정기적으로 제작하고 홍보하는 방안이 필수일 것”라고 밝혔다.

외국에서 한국 미술시장 관련 정보를 찾는 대표적인 플랫폼이 부재한 가운데, 키아프는 한국 미술시장에 대한 뉴스와 자체 콘텐츠를 생산하고 국내외에 프로모션하는 온라인 매체이자 플랫폼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 연재에서 소개했던 아트시나 아트넷, 오큘라 같은 아트마켓 플랫폼이 자체 뉴스와 콘텐츠로 미디어 역할을 함께 수행해가는 이유가 독자와 관객, 컬렉터에게 자체 홍보를 겸하여 새로운 소식을 전하며 구독자 및 방문자 수를 유지하고 늘리기 위한 전략이라고 언급했던 점과 일맥상통한다.

키아프는 2021년 개최 20주년을 맞이한다. 팬데믹으로 행사 직전 온라인으로만 행사를 개최하게 된 키아프가 위기를 기회로 삼아 1년에 5일 정도의 행사에서 나아가 지속적으로 한국 미술시장을 소개하는 플랫폼으로 나아가는 움직임이 20주년과 맞물려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2-4. 아트 부산 앤 디자인
아트부산 앤 디자인의 메인 섹터에 참여한 갤러리 리스트 일부.

[사진 6] 아트부산 앤 디자인의 메인 섹터에 참여한 갤러리 리스트 일부.

출처 https://www.artland.com/art-busan.

9월 키아프 오프라인 행사가 취소되고 온라인으로 전환되며 국내 대표 아트페어에 대한 아쉬움이 지속된 가운데 11월 부산 벡스코에서 행사를 개최한 아트부산 앤 디자인은 미술 관계자들의 아쉬움을 달래듯 성황리에 개최되었다. 2020년 예정대로 개최한 거의 유일한 국제 비엔날레인 부산비엔날레가 막을 내리기 전 개최된 아트 부산 앤 디자인은 VIP 프리뷰 첫날 4천 명이 방문하는 등 방문객과 판매에서 큰 성과를 거두었다.

타데우스 로팍, 글래드스톤 갤러리, 페레스프로젝트, 배리어스 스몰 파이어(VSF) 등 국제적인 갤러리 역시 대거 참여했다. 조현화랑은 김종학의 신작 20점을 오픈 30분 만에 모두 판매했고, 타데우스 로팍은 최고가 출품작인 게오르크 바젤리츠의 작품을 120만 달러에 판매하고 데이비드 살레와 이불의 고가 작품 역시 판매했다. 국제갤러리는 루이스 브루주아, 박서보, 하종현, 줄리안 오피 등 출품작 대부분을 판매했다.3)

아트부산 앤 디자인의 특별전으로 조현화랑이 소개한 이배의 설치작품 VR화면.

[사진 7] 아트부산 앤 디자인의 특별전으로 조현화랑이 소개한 이배의 설치작품 VR화면.

출처 https://www.artland.com/art-busan.

아트 부산 앤 디자인은 오프라인 행사와 함께 아트랜드와 협업하여 VR 온라인 뷰잉룸을 선보였고, 일부 작품을 선정해 앱으로 오디오설명을 들을 수 있는 AR 서비스도 소개했다. 작년보다 작은 규모로 진행되었지만 엄선된 국내외 갤러리가 참여하고, 그리고 국내외 아트페어가 취소되면서 선보이기 힘들었던 ‘좋은’ 작품이 대거 소개되어 호평을 받았다.

2-5. 상하이의 ART021과 웨스트번드 아트 앤 디자인

ART021(아트 오투원)과 웨스트번드 아트 앤 디자인 역시 상하이에서 11월 비슷한 기간에 오프라인 행사를 계획대로 개최하며 전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ART021에는 104개 갤러리가, 웨스트번드 아트 앤 디자인에는 48개 갤러리가 참여했다. 홍콩을 포함한 외국 갤러리 관계자는 모두 14일간 자가격리 후 페어에 참여할 수 있었는데, 입출국 시 한 달 가까이 되는 자가격리를 피하기 위해 중국 본토 내의 직원이나 외부 딜러가 참여하는 경우도 많았다.

ART021 전시장면

[사진 8] ART021 전시장면

출처 https://ocula.com/magazine/photologs/art021-shanghai-2020.

이들은 팬데믹 이후 처음 개최된 주요 국제 아트페어이기에 주요 작품을 선보일 기회가 되었고, 여행 제한으로 현장을 찾은 외국 컬렉터는 줄었으나, 상하이 롱뮤지엄 등 중국 기관이 아트페어에서 작품을 대거 소장하기도 했다. 데이비드 즈워너는 ART021의 VIP 프리뷰 기간 동안 해럴드 앵커트, 뤽 튀망, 오스카 무리요, 캐롤 보브, 볼프강 틸만스 등의 작품 20점 정도를 판매해 540만 달러의 매출을 올렸다.4)

상하이시의 쉬후이 구와 국가 소유의 웨스트번드그룹은 미술 작품 거래를 활성화하기 위해 2019년부터 상하이 국제 미술품거래의 달(The Shanghai International Artwork Trade Month)을 지정했다. 그러나 아트페어 주최는 중국 본토에서 미술 작품 거래 시 부가가치세에 대한 정확한 설명을 내놓지 않아 참여 갤러리의 원성을 사기도 했다. 모든 미술품 거래에 적용되거나 또는 외국 갤러리와의 거래에만 적용되는 두 가지 가능성에 대해 불분명하다는 것이 갤러리 관계자의 불만 사항이었다.5)

2-6. 협동작전의 솔로쇼

2018년 대안적인 아트페어를 지향하며 시작된 ‘솔로쇼’는 참여 갤러리가 작가 1명의 작품으로 부스를 꾸리는 개인전 형식의 아트페어다. 그동안 철거 또는 리노베이션을 앞둔 임시 유휴공간에서 아트페어를 개최해온 솔로쇼는 2020년 10월 온·오프라인으로 진행됐다. 솔로쇼 웹사이트에서는 참여 갤러리 스무 곳이 작가 인터뷰 영상을 소개하고, 갤러리 공간을 각자 찾아 직접 작품을 감상하고 구매하는 방식을 실험했다. 가나아트갤러리, 갤러리조선, 갤러리2, 갤러리 이알디, 디스위켄드룸, 백아트, 스페이스 윌링앤딜링. 조현화랑, 학고재, 합정지구, P21, 휘슬 등 20개 갤러리가 참여했다.

솔로쇼를 운영하는 협동작전의 공동운영자인 정재호 갤러리2 대표는 이 온·오프라인 전략에 대해 “블루칩 작가가 아닌 이상 온라인만으로 판매하는 것은 쉽지 않지만, 결과보다는 실험의 과정이 중요했고, 영상에 영문자막을 삽입해 해외 프로모션과 홍보의 가능성을 발견했다. 온라인은 꽤 훌륭한 보조 수단이지만, 행사의 지속성은 중요하고 이번 경험을 통해 앞으로 오프라인 아트페어를 더 제대로 꾸려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2-7. 온라인 온리 아트페어들

VR 아트페어: 언타이틀드와 아부다비아트

아트부산 앤 디자인은 VR 및 아트마켓 플랫폼을 운영하는 덴마크 기업 아트랜드(Artland)와 협업하여 행사를 개최한 전시장을 VR로 촬영해 공개했다. 한편 실제 부스를 촬영한 듯한 VR 아트페어 역시 온라인으로 열렸는데, 대표적으로 언타이틀드(Untitled)와 아트랜드가 처음 시도했던 VR 아트페어 <언타이틀드, 아트 온라인(UNTITLED, ART Online)>이 7월 말부터 8월 초까지 개최되었다. 아트페어가 주로 개최되는 컨벤션센터 공간과 참여 갤러리의 부스를 모두 VR로 구현한 이 아트페어는 꽤 그럴듯했지만, 온라인으로 부스를 탐험하면서 연재 1부에서 지적한 온라인의 한계인 피로감을 피해 가지 못했다. 아트바젤 마이애미비치 기간에 맞춰 개최되었던 언타이틀드는 아트바젤이 온라인으로 전환됨에 따라 다시 아트랜드와 협업해 12월 온라인으로 진행된다.

아랍에미리트 정부가 주최하는 <아부다비아트(Abu Dhabi Art)> 역시 12회 행사를 VR 아트페어로 전환하여 11월 개최되었다. 독일의 3D 전시 제작플랫폼인 쿤스트매트릭스(Kunstmatrix)는 아트페어 전체가 아닌 참여 갤러리의 부스만을 별도로 제작하고 일부 작품에는 오디오 해설을 지원하는 등 AR 기술 역시 적용했다. 6명의 큐레이터가 전시를 기획하고 주제 하에 참여 갤러리의 전속 작가와 작품을 소개했는데, 한국에서는 김성우 큐레이터가 참여해 아라리오갤러리, 갤러리2, 갤러리 바톤, 갤러리조선, 갤러리현대, 가나아트, 학고재갤러리, 조현갤러리, P21, 피비갤러리, 스페이스 윌링앤딜링, 휘슬, 에이라운지를 소개했고, 각자 개인전을 선보였다.

데이터 페어, 테파프, 아시아 나우 등

한편 온라인 아트마켓 플랫폼 중 일부는 새로운 온라인 아트페어를 기획하기도 했다. 비디오와 뉴미디어 아트 플랫폼 데이터 에디션(Daata Editions)은 런던 프리즈 위크 기간 동안 디지털 아트페어 ‘데이터 페어'를 개최했는데, 하우저 앤 워스, 타데우스 로팍, 쿠리만수토, 쾨니히갤러리, 갈레리아 콘티누아 등 대형 갤러리가 대거 참여해 개최 전부터 화제를 불러 모았다. 데이터 페어는 아피찻퐁 위라세타쿤, 미카 로텐버그, 사라 모리스, 올리버 비어 등의 주요 비디오 작품에 대한 자세한 정보와 에디션, 가격을 공개하는 한편 작품 전체를 감상하는 기회도 제공했다.

테파프(TEFAF)의 뉴욕 에디션 역시 11월 초 전면 온라인으로 진행되었다. 고미술품과 근대미술을 다루는 갤러리가 대부분이었지만, 가고시안과 노이거리엠슈나이더, 갤러리현대, 가나아트, 콘티누아, 글래드스톤, 카스민 등이 참여해 동시대 작품을 선보이기도 했다. 파리 피악(FIAC) 기간에 맞춰 개최되는 아시아 나우(Art Asia Now)는 주요 온라인 매체이자 플랫폼인 오큘라와 협력하여 온라인으로 진행되었다.

온라인 아트페어는 평면적인 온라인 뷰잉룸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VR과 AR 기술을 활용하고 조각과 설치작품은 360도 회전하여 감상하는 등 진화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기술은 실제 경험성을 결코 따라잡기 힘들다는 역설도 느껴졌다.

3. 온라인 미술시장의 방향 전망과 지원 정책

2020년 하반기에 개최된 주요 아트페어를 살펴보고, 어떠한 변화를 시도했는지를 살펴봤다. 팬데믹 직후 온라인 전환에 급급했다면, 2020년 상반기 아트페어와 갤러리의 행사와 전시가 온라인으로 전환해 뷰잉룸과 토크 등의 비대면 프로그램 기획에 집중하는 등 온라인 전환에 급급했다면, 하반기에는 상반기의 경험을 바탕으로 점차 온라인의 한계를 깨닫고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병행하는 다양한 변주를 실험하고 있다.

주요 아트페어의 온라인 행사에 참여한 갤러리들은 비대면 온라인 구매가 쉽지 않은 미술 작품의 특성상 온라인 뷰잉룸 출품작을 실제 갤러리 공간에 전시해 컬렉터의 방문을 유도했다. 여전히 대형 갤러리의 주요 작가를 제외하고는 온라인으로만 판매하기 쉽지 않기에, 아트페어와 함께 1차 시장을 이끄는 주체인 갤러리 역시 온·오프라인 하이브리드 전시방식을 추구하고 있다. 갤러리들은 아트페어의 온라인 버전에 참여하는 한편, 아트페어 기간 중 자체 온라인 뷰잉룸을 통해 다른 전시를 기획하고 작품을 소개하는 등 아트페어 특수를 노려왔다. 고가의 작품은 여전히 경매사를 통해 거래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경매사들은 온·오프라인, 그리고 경매장과 방송의 형식을 모두 아우르는 새로운 방식을 선보이며 2020년 온라인 경매 횟수와 낙찰총액은 늘어난 추세다.

미술계는 1년 가까이 온라인의 한계와 가능성을 경험했지만, 역설적으로 전시는 온라인으로 전환하더라도 판매는 오프라인으로 진행하는 방식이 효과적일 수 있다는 점도 깨닫게 되었다. 온라인 아트페어의 경우 주최 측은 행사장 대관비나 부스 설치비가, 갤러리 측은 부스비용, 운송비와 출장비를 절감할 수 있지만, 작품 판매나 네트워킹, 후원 측면에서 오프라인 아트페어가 수행하는 역할은 매우 크다는 점도 말이다. 아트페어와 갤러리들은 한동안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강점과 특징을 고려해 자신의 상황에 맞춰 취사선택하고 전략을 세울 것으로 전망된다.

3-1. 전망: 기술적용과 작품 구매 서비스 제공을 통해 이용자 경험 증진

앞으로 온라인 뷰잉룸과 플랫폼 등은 이용자 경험에 집중해야 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온라인 뷰잉룸과 온라인 전시가 증가함에 따라 이를 접하는 관객이 급증했고, 이들의 기대치 또한 매우 높아졌다. VR과 AR 기술을 통해 몰입감과 실재감을 느끼는 한편, AI와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추천하는 관련 정보를 통해 관객은 자신의 컴퓨터나 휴대전화를 통해 24시간 양질의 기술과 정보를 접하게 되었다. 반면 이들이 온라인에 거는 기대치는 점차 높아지고 있고, 이제 웬만한 온라인 뷰잉룸과 전시에는 만족하지 못하는 상황이 되었다.

한편 아트페어 온라인 뷰잉룸에서는 오프라인 부스에서 작품과 디스플레이 방식을 통해 갤러리의 특성을 드러내기 쉽지 않아 갤러리마다 개성과 변별력을 띠기 힘들다. 이를 위해 앞서 언급한 VR 아트페어처럼 갤러리마다 가상의 부스에 작품 이미지를 조합해 설치하는 가상의 부스를 구현해 실제 오프라인 부스를 돌아보는 것 같은 방식이 더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자체 온라인 뷰잉룸과 플랫폼을 통해 결제할 수 있는 시스템 역시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현재 대부분 구매 가능 여부와 작품 정보, 구매 절차 등을 갤러리 또는 플랫폼과 상담 후 구매 절차를 밟는데, 이는 작품이 대부분 유니크 피스이고 가격대가 높으며, 고가의 작품을 할부나 계약금으로 구매하는 관례, 구매자의 주소지에 따라 운송비와 보험료가 상이하고 구매를 고려하는 기존 고객이 미리 예약하는 등 변수가 많기 때문이다. 아트시는 2018년경부터 일부 작품에 직접 신용카드 정보를 입력하고 구매할 수 있는 전자상거래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는데, 앞으로 이러한 서비스가 한정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 미술시장이 구사하는 다양한 전략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작품 그 자체이다. 온라인으로 구매하는 작품의 가격 저항선은 팬데믹 이후 눈에 띄게 상승했지만, 여전히 고가의 작품을 구매하는 컬렉터는 이미 그 작가의 작품을 실제로 접했던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관객의 경험성을 증진하고, 구매를 위한 다양한 정보뿐 아니라 컬렉터가 원하는 정보를 바로 제공할 수 있는 최신 기술을 활용하는 사례도 늘고 있으며, 이는 연재의 마지막 글을 통해 12월에 자세히 다루고자 한다.

3-2. 온라인 미술시장에 대한 콘텐츠와 교육 지원

그럼에도, 이른바 ‘최첨단’ 기술이 아니더라도 관객이 필요한 무언가를 전달하고 발견할 수 있도록 적재적소에 심어 놓는 섬세한 전략 역시 중요하다. 검색어와 키워드, 큐레이션 등 온라인에 존재하는 수많은 정보를 취사선택하여 이를 의미 있는 자체 콘텐츠로 엮는 노력 역시 필요하다. 이미 온라인의 방대한 자료에 지친 관객에게 핵심 정보만을, 한 단계 더 깊이 들어가기 원하는 관객에게 키워드와 읽을거리와 관련 링크를 제공하는 등 한 층의 ‘뎁스(depth)'를 더 부여하는 전략도 필요하다. 이는 결국 온라인을 통한 주도적 교육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전 세계 관객을 대상으로 다양한 정보를 공유할 수 있다는 점은 온라인의 큰 강점이다. 관객을 컬렉터로 이끌어가는 전략의 하나로 다양한 층위의 교육은 무엇보다 중요한데, 작가부터 시장관계자, 컬렉터, 기획자, 미술 애호가에 이르기까지 미술시장에 대한 교육은 온라인 강의나 영상자료나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해 진행할 수도 있고,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큐레이션 전략을 수립할 수도 있다. 이러한 콘텐츠 제작에 대한 지원도 필요하다.

3월 11일 WHO의 팬데믹 선언 이후, 대부분은 온라인 전시와 행사에 지치고 피로감을 호소하기에 이르렀다. 온라인 미술시장은 새로운 시장이 아닐뿐더러, 오프라인을 대체할 수 없다. 하지만 코로나19 가 종식되더라도 온라인은 오프라인에서 다루기 힘든 다른 층위의 자료와 정보를 제공하는 보조수단으로 계속 활용될 것이다. 아울러 여러 이유로 제때 그 장소에 방문할 수 없는 관객에게 감상과 정보 습득, 공부와 연구, 구매의 기회를 제공하는 주요 수단으로 활용될 것이다.

결국, 오프라인보다 온라인에서 잘할 수 있는 부분에 집중해야 한다. 아무리 뛰어난 기술을 적용해도 실제로 작품을 감상하는 것을 넘어설 수는 없다. 하지만 온라인의 핵심은 콘텐츠이며, 온라인을 통해 무궁무진한 내용과 형식의 콘텐츠를 효율적으로 전달하고 공유할 수 있다. 미술시장과 관련된 교육, 작가와 작품 관련 콘텐츠 제작과 홍보비용, 그리고 번역비용 등을 지원하여 미술시장 주체들이 온라인의 가능성과 장점을 활용하고 가능성을 모색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1) Benjamin Sutton, “What Sold at Frieze London and Frieze Masters Online,” Artsy (October 1[2, 2020),
https://www.artsy.net/article/artsy-editorial-sold-frieze-london-frieze-masters-online.

2) Anna Brady, Margaret Carrigann, Gareth Harris and Anny Shaw, “Class of 2020: five picks from Art Basel's online viewing room (another one),” The Art Newspaper (September 23, 2020),
https://www.theartnewspaper.com/news/class-of-2020-five-picks-from-art-basel-s-online-viewing-room-yes-another-one.

3) 이종민, 「아트부산&디자인 성황리에 폐막…주요 작품 완판 잇달아」, 『연합뉴스』 (2020.11.9.),
https://www.yna.co.kr/view/AKR20201109036300051?input=1195m.

4) Eileen Kinsella, Nate Freeman, “Dealers Spent Weeks in Quarantine to Participate in Shanghai’s Art Week, the First Major In-Person Event Since Lockdown,” artnet News (November 13, 2020),
https://news.artnet.com/market/western-galleries-shanghai-art-fairs-irl-1923388.

5) Lisa Movius, “All eyes on Shanghai as city hosts multiple fairs despite first coronavirus case in months,” The Art Newspaper (November 10, 2020),
https://www.theartnewspaper.com/news/shanghai-s-new-art-tower-hub-of-busy-fair-week.

필자 소개

 
필자 소개 - 이 경 민

이 경 민 – K-ARTMARKET 편집위원

- 독일어와 영어를 공부하고 대학원에서 미술사를 공부했다. 갤러리현대 전시기획팀에서 여러 전시를 기획, 진행했고, 『월간미술』에서 기자로 근무하며 국내외 아티스트와 미술인을 인터뷰하고 다양한 글을 썼다. 미팅룸(meetingroom.co.kr)에서 미술시장 연구팀 디렉터로 활동하며 작가와 미술시장에 대한 글을 쓰고 관련 비평과 심사 등에 참여했다. 온라인 플랫폼을 연구하며 2019년 미팅룸의 공저 『셰어 미: 공유하는 미술, 반응하는 플랫폼』(스위밍꿀: 2019)을 출간했으며, 최근 온라인 미술시장에 대해 글을 쓰고 강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