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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위원회] K-ARTMARKET 미술시장 리포트 - 기술과 환경을 둘러싼 움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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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12-31
  • by 이경민 편집위원
  • (재)예술경영지원센터

K-ARTMARKET 미술시장 리포트

포스트 코로나 시대, 온라인으로 이동한 미술시장
4. 기술과 환경을 둘러싼 움직임

온라인 미술시장의 가장 큰 한계는 구매할 작품을 직접 대면할 수 없다는 점이다. 해킹과 진위여부, 작품의 상태, 그리고 정보의 신뢰도 같은 문제 역시 온라인에서는 더 확인하기 힘들고 피해갈 수 없다. 하지만 다른 과학 및 산업 분야의 기술, 즉 VR, AR, AI와 블록체인 등의 기술을 활용하여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 온라인 영역을 확장하려는 움직임은 2010년대 집중적으로 시작되었다. 아울러 코로나 19를 전후해 급물살을 탄 미술시장의 환경과 기후변화 관련 움직임 역시 관련 기술 분야 전문가와 협업하여 이루어졌기에 기술 분야 움직임과 공통점을 띤다. 이처럼 기술과 환경을 둘러싼 미술시장의 움직임과 관련된 주체와 프로젝트 등을 살펴보겠다.

1. 온라인 미술시장의 영역을 확장하는 기술: VR과 AR

가상현실(VR, virtual reality) 기술은 관객에게 실제 그 공간에 있는 듯한 몰입감을 부여하는데, 360도로 촬영한 실제 콘텐츠 또는 컴퓨터로 제작된 콘텐츠로 구성된다. 한편 증강현실(AR, augmented reality) 기술은 작품에 대한 정보를 즉각적으로 얻고 구매한 작품을 놓을 공간에 작품과 공간의 이미지를 실제처럼 보여주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이미지와 사운드 같은 가상 콘텐츠를 실제 시공간에 소환한다. AR의 콘텐츠가 실제 환경과 반응하고 소통할 수 없는 ‘합성’에 가깝다면, 이후 등장한 혼합현실(MR, mixed reality)은 가상현실과 현실이 혼합된 상태로, 실제 환경 및 오브제와 ‘소통’하고 ‘반응’하도록 연동된 가상의 콘텐츠가 핵심이다. 확장현실(XR, extended reality)은 VR과 AR, MR을 모두 포괄하는 용어로 사용된다. 이 기술을 극대화하기 위해 착용하는 장치(Head-Mounted Device, HMD)가 필요하기도 하지만 스마트폰에서 모바일 웹이나 앱을 통해 경험할 수 있는 사례가 많다.1)

미술 전문 매체 『아트뉴스페이퍼(The Art Newspaper)』는 코로나 19 이후 ‘아트뉴스페이퍼 XR 패널(Panel)’2)을 기획했다. VR, AR, MR을 아우르는 XR 기술 분야의 전문 지식을 보유한 아티스트나 전문가 패널이 최근 이 기술을 활용하는 플랫폼과 앱, 프로젝트 등을 소개하고 이들의 의의와 기술의 혁신성 등을 살펴 별점으로 평가하는 기획이다. 솔 르윗 에스테이트(Sol Lewitt estate)과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사의 협력 앱, 2회 연재에 소개했던 VR 플랫폼 이젤(Eazel), 블랙 라이브스 매터 뮤럴(Black Lives Matter murals), 메트로폴리탄미술관의 AR 앱, 어큐트 아트(Acute Art)가 소개한 올라퍼 엘리아슨의 AR 시리즈, 3회 연재에 소개한 언타이틀드 아트페어와 아트랜드가 협력한 버추얼 페어와 XR 플랫폼 볼틱 컬렉트 등 10건을 소개했다.

『아트뉴스페이퍼』의 신규 기획 ‘XR 패널’ 페이지

[사진 1] 『아트뉴스페이퍼』의 신규 기획 ‘XR 패널’ 페이지

출처 https://www.theartnewspaper.com/the-art-newspaper-s-xr-panel.

한편, 2019년 프로젝트 비아 지정형 리서치 ‘세계 미술시장과 경매’에서 온라인 미술시장을 다룬 IV장에서 기술 관련 사례를 소개했는데, 주요 사례와 함께 새로운 사례를 함께 소개하겠다.3) 이들은 대부분 VR과 AR을 함께 활용하고 있지만, 그중 주요 기술에 초점을 맞추어 분류함을 밝힌다. 디지털 네이티브로 불리는 젊은 작가들 외에도 블루칩 작가들 역시 점차 이러한 기술을 활용해 작품을 제작하고 있는 추세다.

1-1. VR

360도 3D 촬영을 통한 VR 촬영기술은 앞서 온라인 아트마켓 플랫폼 연재에서 소개한 이젤(Eazel)이 독보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다. 한국과 뉴욕, 홍콩 등에 기반을 둔 이젤은 3D 뎁스 센싱(Depth Sensing) 기술과 3D 메쉬(Mesh), 2D 텍스처(Texture), 그리고 쿼터니언 데이터(Quaternion Data)를 활용하여 AWS 서버상의 자동프로세싱 기술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시야 왜곡 및 어지럼증을 최소화했다. 이젤은 매터포트사의 카메라를 사용하는 한편 자체 기술 개발에 집중해왔기에 수준 높은 VR과 사운드, 텍스트 등의 AR 서비스를 통해 합리적인 비용으로 제공할 수 있다는 강점을 지닌다. 위에 언급한 『아트뉴스페이퍼』의 기획에서도 전시를 아카이빙한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아트랜드(Artland)쿤스트매트릭스(Kunstmatrix)등 유럽 기업 역시 갤러리와 아트페어 전시를 VR로 촬영하고 버추얼 페어를 기획하는 등 다양한 기관과 협업하고 있다. 첫 번째 연재에서 소개했던 국제적인 갤러리 하우저 & 워스(Hauser & Wirth)는 2019년부터 아트랩(Artlab)을 기획해 다양한 분야의 최신 과학기술을 활용해 미술계에 적용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해왔으며, 실제 전시를 촬영한 듯한 VR 전시를 소개했다. 이들은 작품을 전시공간에 운송하기 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시각 및 운송 예측 기술을 개발하여 탄소배출과 비용을 절감하는 등 환경 문제를 적극적으로 고려하고 있다. 쾨니히 갤러리(König Galerie) 역시 모든 전시를 VR로 촬영해 아카이빙하는 한편 VR 전시를 감상할 수 있는 자체 앱을 개발하여 활용하고 있다.

쾨니히 갤러리 앱의 VR 전시장면

[사진 2] 쾨니히 갤러리 앱의 VR 전시장면

출처. 쾨니히 갤러리 앱(König Galerie App)

1-2. AR

2017년 설립된 어큐트 아트(Acute Art)는 VR과 AR, MR 기술을 활용하여 예술작품을 소개하는 플랫폼이자 앱이다. 스톡홀름 현대미술관 디렉터였던 다니엘 번바움(Daniel Birnbaum)이 2019년 합류하여 디렉터이자 큐레이터로 활동하면서 집중조명을 받기 시작한 어큐트 아트는 마리나 아브라모비치(Marina Abramović), 나탈리 뒤버그와 한스 베르크(Nathalie Djurberg & Hans Berg), 올라퍼 엘리아슨(Olafur Eliasson), 제프 쿤스(Jeff Koons), 그리고 카우스(KAWS) 등과 협업하여 그들의 작품을 이미지와 영상으로 구현하여 앱을 통해 현실에 소환하는 프로젝트를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2019년 프리즈 뉴욕의 첫 VR 전시인 《Electric》을 기획하여 소개했으며, 특히 코로나 19 이후 무료 서비스를 확충하여 카우스의 새로운 컴패니언 시리즈를 꾸준히 소개했다, 엘리아슨은 태양과 무지개, 비구름, 새, 식물 같은 자연과 기후 현상을 AR로 구현한 분더캄머(Wunderkammer) 시리즈를 소개했는데, 코로나 19로 이동이 제한된 관객에게 자연을 만끽하는 기회를 마련했다. 대부분 무료로 제공되지만, 일부 이미지는 유료 서비스로 제공하기도 한다. 이후 런던을 배경으로 한 AR 전시 《Unreal City》 역시 진행했다.

어큐트 아트 앱을 통해 작품을 배치할 수 있는 올라퍼 엘리아슨의 분더캄머 시리즈

[사진 3] 어큐트 아트 앱을 통해 작품을 배치할 수 있는 올라퍼 엘리아슨의 분더캄머 시리즈

출처. 어큐트아트 앱(Acute Art App)

아트시와 아트바젤, 프리즈 아트페어, 리슨갤러리(Lisson Gallery) 역시 AR 기술을 활용하여 관객의 공간에 작품을 옮겨온 듯한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이케아(IKEA) 같은 가구 업계에서 적극 활용되고 있다.

특히 커미션(Commissions)이라는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오랫동안 소개하고 설치작업을 다루는 작가와 협업해온 리슨갤러리의 특성상, 평면이 아닌 조각과 설치작품을 컬렉터가 염두에 둔 공간에 구현할 수 있는 서비스를 고민했고, AR 기술 플랫폼 오그먼트(Augment)와 협력하여 작품을 비롯한 다양한 제품 등을 실제 공간에 놓고 크기가 적당한지 주변 환경과 잘 어울리는지 구매 전 확인할 수 있도록 돕는다.

리슨갤러리와 오그멘트의 AR 서비스 소개 영상

[사진 4] 리슨갤러리와 오그멘트의 AR 서비스 소개 영상

출처. https://vimeo.com/411422106.

2. 온라인 미술시장의 정보를 둘러싼 AI

데이터 사이언스, 머신러닝(ML, Machine Learning), 그리고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은 컴퓨터 사이언스에서 출발해 다른 산업에서 활용되고 있다. 이러한 기술은 2000년대 인터넷이 보급되고 2008년 아이폰이 출시되어 모바일 시대가 열리고 데이터 축적량이 급격하게 증가하면서 급부상한 ‘빅데이터’와 큰 관련이 있다. AI 기술은 머신러닝과 딥러닝을 통해 빅데이터를 학습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것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머신러닝은 컴퓨터 도구와 통계 기술을 통해 컴퓨터가 데이터를 학습하는 능력을 부여하는 것을 의미한다. 구글 클라우드의 유펑 G(Yufeng G)는 논문에서 머신러닝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데이터를 사용하는 것”을 뜻한다고 정의했다.

인공지능은 컴퓨터 도구가 인지 능력을 소유하고 주어진 문제의 해결책을 독자적으로 생성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인공 신경망을 활용해 학습하는 딥러닝 기술을 포괄하여 AI라고 지칭하는 경우도 있다.4) AI가 직접 또는 이를 활용하여 작품을 제작하는 사례도 많지만, 온라인 미술시장에서 AI를 활용하는 업체 및 프로젝트에 집중하여 살펴보겠다.

2-1. 시각 및 주제 등을 중심으로 한 이미지 분석 AI 기술

2부 연재 온라인 아트마켓 플랫폼에서 소개한 아트시의 ‘아트 게놈(Genome) 프로젝트’는 미술사와 AI를 기반으로 미술 작품을 색채나 내용, 제작 시기, 기법, 사조 등 다양한 카테고리로 구분하고, 이용자가 살펴본 작품을 바탕으로 관심을 가질만한 작품을 추천한다.

이미지의 시각 정보를 인식하고 분석하는 AI 프로그램 ‘리코그니션(Recognition)’은 2016년 테이트미술관의 IK 상(IK Prize)을 수상했다. AI를 활용해 최신 보도사진에 테이트 데이터베이스의 소장품 3만여 점을 매칭하는데, 시각적 유사성뿐 아니라 적용된 태그를 중심으로 텍스트 정보로도 맥락을 분석하여 유사성을 찾아낸다.

경매사 소더비(Sotheby's)는 2018년 1월 인공지능업체 스레드 지니어스(Thread Genius)를 인수했다.

패션 분야에 기반을 둔 이들은 머신러닝을 통한 AI 기술로 작품의 이미지와 주제 역시 분석하고 고객의 취향을 기반으로 이미지와 주제를 인식하고 작품을 추천하는 가능성을 인정받아 소더비에 인수되었으나, 소더비는 이 기술을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밝히고 있지 않다.

학습한 작품 이미지를 연결하는 스레드 지니어스의 아트 래더링 예시 학습한 작품 이미지를 연결하는 스레드 지니어스의 아트 래더링 예시

[사진 5, 6] 학습한 작품 이미지를 연결하는 스레드 지니어스의 아트 래더링 예시

출처. https://medium.com/sothebys/art-genius-1260726bfebd.

2-2. 취향과 진위여부, 운송 관련 AI 기술

아트넷이 발행하는 「인텔리전스 리포트」는 2020년 봄 최근 미술시장에서 적용하는 AI 관련 기술을 7종류로 분류했는데, 이 중 일부를 소개한다.5)

'미술을 위한 샤잠(Shazam)'을 지향하는 매그너스(Magnus)의 앱 알고리즘은 작품 이미지를 촬영하면 패턴을 인식하고 분석하여 해당 작품의 작가와 정보를 제공한다. 현재 정보가 ‘70% 정도의 정확도’를 지녔다고 밝히는 이 앱은 1천만 점이 넘는 작품의 1차 시장가격 역시 일부 공개하는데, 정확도를 위해 검증 절차를 거치면서 정보의 투명성과 정확성을 지향한다.

이미지 패턴 인식 앱 매그너스 소개 영상

[사진 7] 이미지 패턴 인식 앱 매그너스 소개 영상

출처. https://www.youtube.com/watch?v=ofbWttwaoQ4&feature=youtu.be.

작품의 시각 정보에 초점을 맞추는 기존 서비스에서 나아가 작품 구매자의 정보를 분석하고 그 유사성을 바탕으로 관심을 가질만한 작품을 추천하는 기술 역시 소개했다. 아터널(Arternal)은 갤러리가 컬렉션 이력을 포함하여 고객 정보를 관리하는 소프트웨어를 구축한다.

진위여부와 관련한 AI 기술로는 아트 리코그니션(Art Recognition)이 작품을 촬영한 이미지를 AI를 활용해 진위여부를 결정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아트렌덱스(Artrendex)는 마스터 작가 10인의 라인 드로잉을 통해 검증하는 상업 서비스를 제공한다.

운송업체 아르타(ARTA)는 작품을 비롯한 가구, 고가품의 포장과 핸들링, 운송과 보험 비용 견적을 수 분 안에 제공하는데, 서비스의 종류를 3등급으로 나누어 차별화한다. 한편 알고리즘을 통해 작품 가격과 관련한 가치 변화 및 투자 수익률을 예측하는 서비스는 몇 업체가 시도했고 신생 기업이 등장했지만, 신뢰도에 대한 우려가 여전한 분야다.

3. 블록체인과 데이터, 분할소유권

블록체인은 작품 거래 내역을 암호화해 여러 컴퓨터에 동시에 분산 저장하여 정보를 임의로 조작할 수 없다는 점에서 각광 받고 있다. 블록체인 기술은 작품의 원본성, 거래 시 암호화폐 사용, 작품의 분할소유권, 작가를 위한 간편한 스마트 계약서 등을 가능하게 하는데, 작품의 정보, 즉 기본 정보 및 프로비넌스, 전시 이력, 문헌 정보, 경매 기록 및 판매 이력, 보존 이력 등을 아카이빙하는 데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3-1. 데이터 구축과 공유, 분석

경매사 크리스티(Christie's)는 2016년 설립된 아토리(Artory)와 파트너십을 체결해 작품 위탁 과정에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했으며, 아토리가 2018년 시작한 아토리 레지스트리는 작품의 판매기록부터 작품 자체에 중심을 두는 데이터베이스를 제공한다. 암호화 작성과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작품의 프로비넌스와 작품, 그리고 판매, 감정, 보존과 전시 이력 같은 정보를 제공하며 작품 구매 시 암호화된 보증서를 발급한다.6)

한편 아르테이아(Arteïa)의 플랫폼에서 컬렉터는 암호화폐를 구매해 서비스를 이용하고, 자신의 작품을 업로드해 이를 기관에 대여할 수 있으며, 스마트 계약으로 진행된다. 모누마(Monuma) 역시 컬렉터가 자신의 작품에 대한 감정과 평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플랫폼이자 앱이다.

3-2. 분할소유권

분할소유권은 작품의 지분을 분할하여 여러 투자자가 소유권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국내외에서 젊은 컬렉터와 미술계 외부의 컬렉터가 대거 투자하고 있다.

대표적인 국내 플랫폼으로 아트앤가이드아트투게더 등이 있다. 대부분 작품을 일정 단위로 분할하고 투자받아 목표수익률에 도달하면 투표를 거쳐 매각하고 이익을 공유한다. 작품 소유권자는 자체 공간에 전시된 작품을 자유롭게 감상할 수 있다.

외국의 경우 암호화폐를 이용하여 작품을 분할소유하는 사례가 많다. 워홀 작품의 지분경매를 진행한 블록체인 플랫폼 매세나(Maecenas), 암호화된 작품을 낙찰받아 암호화폐로 결제하는 등 블록체인 경매를 선보인 온라인 옥션 플랫폼 라이브옥셔니어(LiveAuctioneers), 암호화폐로 응찰하고 지불하는 코덱스(Codex)사의 비더블(Biddable) 등이 대표 사례다.

분할소유권을 둘러싼 온도 차는 크다. 작품을 소장이 아닌 투자의 대상으로 본다는 점, 그리고 아트펀드와 별다른 차별점을 지니지 않는다는 점 등에서 여전히 의견이 분분하지만, 밀레니얼 세대 및 미술 작품 컬렉션에 관심을 두기 시작한 신규 컬렉터의 주목을 받고 있다.

4. 환경 관련 기술과 움직임

코로나 19 이후 환경에 대한 미술계의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커졌다. 탄소배출의 주범으로 지목된 장거리 비행(여행과 운송)은 이동 제한과 자가격리로 급격히 줄어들었으나, 탄소배출을 줄이려는 미술시장의 움직임은 점차 늘고 있다.

앞서 언급한 하우저 & 워스는 아트랩을 통해 사전 예측 기술을 개발하여 운송을 둘러싼 탄소배출과 비용을 줄이고자 노력하고 있다. 한편 고가 작품이나 파손이 우려되는 작품을 운송할 때 필수적인 크레이트는 주로 나무로 제작되고, 원래 장소로 다시 돌아가는 경우 외에는 부피 문제로 파기되는 일회용품에 가깝다. 재사용할 수 있는 크레이트를 제작하여 판매하고 대여하는 기업 록박스(Rokbox) 역시 주목받으며 디에틀(Dietl) 같은 주요 미술품 운송사와 협력하고 있다. 또한 인디펜던트 아트페어(Independent Art Fair)와 운송 전문회사인 크로지어(Crozier)는 2019년 협력하여 같은 도시 갤러리의 운송 건을 한 번에 모아 탄소배출과 비용을 줄이려는 움직임을 꾀하며 주목받았다.

록박스의 크레이트

[사진 8] 록박스의 크레이트

출처. https://rok-box.com.

런던의 갤러리와 아트페어, 기관을 중심으로 2020년 결성된 갤러리 기후 연합(Gallery Climate Coalition, GCC)은 미술계의 탄소배출 감축을 목표로 한다. 멤버로 가입할 경우 활용할 수 있는 탄소계산기를 개발하여 작품의 이동과 관련된 탄소 배출량을 예측하도록 했으며, 작품 포장과 운송, 자원 재활용과 여행, 건물 관리 등을 둘러싼 이슈를 다루고 해결책과 대안을 제시한다.

5. 나가며

지금까지 4회의 연재를 통해 온라인 미술시장의 움직임을 살펴보았다. 미술시장은 코로나 19로 그 어느 때보다 적극적으로 온라인을 활용하기 시작했지만, 인터넷이 확산된 1990년대와 스마트폰이 등장한 2000년대, 그리고 주요 온라인 아트마켓 플랫폼이 주목받기 시작한 2010년대부터 온라인을 활용한 거래와 프로젝트는 이미 꾸준히 진행되었다. 코로나 19로 문을 닫은 주요 아트페어와 외국 갤러리를 중심으로 유일한 대안이었던 온라인이 주목받았지만, 대부분의 갤러리가 꾸준히 전시를 개최한 국내 미술시장에서는 온라인 움직임이 크게 일어나지 않았다. 대형 아트페어의 개최가 취소되어 온라인 뷰잉룸으로 전환되거나 온·오프라인 전시를 병행했던 점이 가장 눈에 띄는 온라인 움직임이었다.

아울러 연재 세 편을 통해 온라인 미술시장의 한계와 문제점을 지적하는 한편, 장점과 성과, 가능성과 전망 역시 짚어보았다. 온라인은 오프라인을 대체할 수 없지만, 오프라인 전시와 거래를 뒷받침하고 지원하기 위해 지금보다 더 국제적이고 전략적인 방식으로 활용될 것이다. 작가와 작품의 정보를 아카이빙하고 공개하며 공유하는 움직임이 가장 극대화될 수 있는 창구가 바로 온라인이기 때문이다. 온라인을 통한 거래 자체보다 온라인을 활용한 작가와 작품의 프로모션과 갤러리의 콘텐츠를 생산하고 아카이빙하는 움직임을 준비할 때다.

1) Kaitlyn Irvine, "XR: VR, AR, MR—What's the Difference?," Viget (October 31, 2017),
https://www.viget.com/articles/xr-vr-ar-mr-whats-the-difference.

2) https://www.theartnewspaper.com/the-art-newspaper-s-xr-panel.

3) 이경민, 「IV. 온라인 미술 시장과 경매-2. 온라인 미술시장의 현황과 시도, 가능성」, 『세계 미술시장과 경매』 (서울: 예술경영지원센터, 2020.12. 발간), 104-108.

4) “Data Science, Machine Learning and Artificial Intelligence for Art,” Sotheby's (July 1, 2018),
https://medium.com/sothebys/data-science-machine-learning-and-artificial-intelligence-for-art-6c3bde6515dd.

5) Tim Schneider, "Your A-to-Z Guide to A.I. in the Art Market," artnet Intelligence Report (Spring 2020), 26-33,
https://www.artnet.com/static/assets/intelligence-report-2020.pdf.

6) Clare McAndrew, “The Art Market - An Art Basel & UBS Report 2019,” Art Basel & UBS (March 2019), 296.
https://www.artbasel.com/about/initiatives/the-art-market.

필자 소개

 
필자 소개 - 이 경 민

이 경 민 – K-ARTMARKET 편집위원

- 독일어와 영어를 공부하고 대학원에서 미술사를 공부했다. 갤러리현대 전시기획팀에서 여러 전시를 기획, 진행했고, 『월간미술』에서 기자로 근무하며 국내외 아티스트와 미술인을 인터뷰하고 다양한 글을 썼다. 미팅룸(meetingroom.co.kr)에서 미술시장 연구팀 디렉터로 활동하며 작가와 미술시장에 대한 글을 쓰고 관련 비평과 심사 등에 참여했다. 온라인 플랫폼을 연구하며 2019년 미팅룸의 공저 『셰어 미: 공유하는 미술, 반응하는 플랫폼』(스위밍꿀: 2019)을 출간했으며, 최근 온라인 미술시장에 대해 글을 쓰고 강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