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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위원회] K-ARTMARKET 미술시장 리포트 - 팬데믹 2년 차, 2021년 세계 미술시장 움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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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10-21
  • by 이경민 편집위원
  • K-ARTMARKET 편집위원

 K-ARTMARKET 미술시장 리포트

팬데믹 2년 차, 2021년 세계 미술시장 움직임 - 갤러리와 아트페어의 새로운 모델


갤러리는 작가를 발굴하고 개인전을 개최하는 등 작가의 커리어와 매니지먼트에 집중하며 1차 시장을 주도해왔다. 하지만 갤러리에 소속되거나 갤러리와 협업하는 작가는 소수다. 소속 갤러리가 없는 작가들은 SNS 계정과 직거래 아트페어를 통해 작품을 판매하는 등 B2C 모델을 취하고, 경매사와 온라인 플랫폼이 직접 작가를 섭외하면서 1, 2차 시장의 경계가 본격적으로 사라지기 시작했다.


온라인 미술시장은 팬데믹 이후 더 활성화되었다. 온라인에서 홍보와 유통 활로를 모색하는 작가가 늘어나고, 전통적인 미술시장의 구조 역시 다각화되고 있다. NFT의 등장 이후 작가와 마켓 플레이스의 협업과 직거래는 더욱 증가하고 있다. 이에 작가와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며 1차 시장을 주도했던 갤러리 그리고 갤러리를 중심으로 운영되는 아트페어 역시 새로운 모델을 모색하고 있다.

1. 공간 모델 변화: 팝업과 갤러리 허브

갤러리는 거의 모두 기본적으로 전시 공간을 갖추고 운영된다. 국제 아트페어에는 일정 자격을 갖춘 갤러리가 지원서를 제출할 수 있다. 형식을 갖춘 전시 공간에서 1년에 일정 횟수 이상의 전시를 개최하고, 몇 해 이상 운영해온 갤러리 중 참여할 곳을 선정한다. 갤러리의 다양한 활동을 뜻하는 ‘프로그램’을 중요시하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팝업 형식과 갤러리를 한곳에 모으는 갤러리 허브처럼 외부 공간을 활용하는 추세가 눈에 띈다.


먼저 런던을 살펴보면, 마리안 굿맨 갤러리는 런던 지점을 닫고 새로운 팝업 모델로 전향하는 마리안 굿맨 프로젝트(Marian Goodman Projects)를 발표했다. 작가가 런던에서 프로젝트를 할 경우 새로운 실내 또는 공공 공간에서 이를 선보이겠다는 것이다. 한정된 갤러리 공간이 아닌 더욱 장소특정적인(site-specific) 공간을 지향하는 이 같은 모델은 멕시코의 갤러리 쿠리만수토(Kurimazutto)1)가 일찍이 시도한 바 있다.


[영상 1] 크롬웰 플레이스 소개 영상

출처: 크롬웰 플레이스 홈페이지 https://cromwellplace.com

런던 미술계 중심지에 위치한 코크 스트리트(Cork Street)와 크롬웰 플레이스(Cromwell Place)도 전시를 위해 공간을 임대하고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프리즈 아트페어는 프리즈 런던이 개최되는 2021년 10월부터 향후 1년간 No.9 코크 스트리트(No.9 Cork Street)를 진행한다. 지원을 통해 선정된 갤러리가 4 주 동안 해당 공간에서 전시를 개최하고, 프리즈가 다양한 행사를 함께 소개하는 프로젝트다. 아트페어의 개최 여부를 예측하기 힘든 상황에서 외국 유통 활로가 막힌 갤러리와 아트페어가 이 같은 모델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2020년 8월 사우스 켄싱턴에 개관한 크롬웰 플레이스는 멤버십으로 운영되는 갤러리 허브로, 전시와 행사를 개최하고 컬렉터와 갤러리를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사진 1, 2] 월플레이의 팝업 행사 사진

출처: 월플레이 홈페이지 https://www.wallplay.com/past

뉴욕에서도 팝업과 갤러리 허브 모델이 운영되고 있다. 2013년부터 뉴욕의 다양한 공간에서 팝업스토어를 운영해온 월플레이(Wallplay)는 분점이나 신규 공간을 론칭하기 전 중·단기 계약으로 미리 반응을 살필 수 있다는 점에서 건물주와 이용자 모두 윈윈인 전략과 관련 서비스를 제공한다. 코로나19로 공실률이 높아지자 더욱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는 월플레이는 최근 팝업스토어 운영 방식을 상세히 소개한 툴킷을 오픈소스로 제공하고 있다.


2021년 2월 부도로 폐업한 뉴욕 바니스백화점에 들어서는 아트 하우스(Art House)는 11월 소규모 아트페어로 문을 연다. 아트 하우스는 갤러리와 딜러에게 전시 공간을 대여하고, 고미술부터 디자인, 동시대 미술을 아우르는 기획 아트페어를 운영, VIP 라운지와 프라이빗 뷰잉룸 등을 제공하며, 컬렉터와 갤러리를 연결하는 프로그램을 기획한다.


이처럼 런던과 뉴욕을 중심으로 팬데믹 이후 불확실성에 대비해 미리 반응을 살피고 안정성을 추구하려는 경향에 반응하는 새로운 모델이 떠오르고 있다. 이들은 대규모 국제 아트페어가 블루칩 갤러리를 중심으로 운영되고 팬데믹으로 개최가 불투명해지는 상황에서 아트페어의 대안을 제시하는 모델로 활용되고 있다.

2. 사업 모델 변화: 작가 매니지먼트 에이전시

작가를 발굴하고 매니지먼트하는 업무는 갤러리의 주된 역할로 여겨졌다. 갤러리에서 짧게는 1년, 길게는 수년에 한 번씩 개인전을 개최하며 작가의 커리어를 쌓는 갤러리의 역할을 대체하는 에이전시도 설립되고 있다. 시각예술 전담 부서가 있는 거대 엔터테인먼트 기업도 있지만, 시각예술에만 초점을 맞추는 에이전시도 있다.


2015년 설립된 MT아트 에이전시(MTart Agency)는 전 세계의 작가들과 협업한다. 런던과 파리 등 유럽에 기반을 둔 MT아트는 이 같은 사업 모델의 선두주자로, 기업이나 문화 기관 등과 상업 및 공공 프로젝트를 실행해왔다. 미술시장 주체들이 주로 작품을 판매하는 데 집중했다면, MT아트는 작가 자체를 지원해왔다. 2020년 9월 설립된 서던 & 파트너(Southern & Partners) 역시 작가의 커리어를 관리하는 더 복합적인(holistic) 접근방식을 취하면서 빌 비올라와 빌 폰타나 같은 작가와 협업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록다운(lockdown)으로 유럽의 미술관과 갤러리는 문을 닫았지만, 이들의 외부 공공 프로젝트와 온라인 콘텐츠는 진행될 수 있었다. 2)전통적인 갤러리와 비교했을 때, 이들은 작품 자체보다 작가에 방점을 두고 작가에게 맞춤 전략을 세워 실행하는 데 집중한다.

3. 전시 모델 변화: 외부 프로젝트

[영상 2] 어큐트 아트의 <The Looking Glass>에서 소개한 시인이자 요리사, 작가인 프레셔스 오코요몬(Precious Okoyomon)의 작품 <Ultra Light Beams of Love>. 프리즈 2021 작가상을 수상한 작가의 첫 AR 작업이다. Courtesy Precious Okoyomon and Acute Art

출처: 어큐트 아트 홈페이지 https://acuteart.com/artist/the-looking-glass

증강현실(AR) 앱이자 플랫폼인 어큐트 아트(Acute Art)는 2020년 말 런던 사우스뱅크 일대에서 개최된 를 시작으로 2021년 프리즈 뉴욕 기간 더 셰드(The Shed)와 하이라인 부근에서 소개한 등 앱을 활용한 AR 전시를 기획했다. 휴대전화 앱을 통해 해당 지역에서 ‘AR 공공미술’ 작품을 소환하면서 팬데믹 시대 외부 전시를 성공적으로 선보였다.

[사진 3] 써카는 2021년 5월 코엑스 케이팝 스퀘어에서 데이비드 호크니의 영상작업을 상영했다.

출처: 써카 홈페이지 https://circa.art/press

써카(CIRCA)는 런던에 위치한 유럽 최대 전광판 피커딜리 라이츠(Piccadilly Lights)에서 2020년 10월 아이웨이웨이를 시작으로 주요 작가의 작업을 한 달 단위로 소개해온 플랫폼이다. 써카는 코엑스 케이팝 스퀘어에서도 바라캇 컨템포러리와 협업하여 데이비드 호크니와 전소정의 영상을 상영했다. 이들은 협업한 작가들의 한정판 에디션 작업을 판매하고 세계 주요 전광판에서 정기, 비정기적으로 영상을 상영한다.


한편, 올해 7월과 8월 초 뉴욕 타임스퀘어의 대형 전광판에서는 에이스트릭트(a'strict)의 영상작업 <Whale #2>와 <Waterfall-NYC>가 상영되며 주목받았다. 작년 케이팝 스퀘어 상영으로 이슈를 불러왔던 이들의 <WAVE>는 올해 6월부터 8월까지 다시 상영되었다.


이처럼 초대형 스크린이나 휴대전화 앱 등을 통해 팬데믹과 상관없이 더 많은 관객과 조우할 수 있는 외부 ‘비물질적 전시’는 앞으로 더 활성화될 것이며, 이를 중개하는 갤러리의 역할도 늘어날 것이다. 물론 회화나 조각, 사진처럼 작품 보존이 중요한 매체, 그리고 영상과 사운드 구현이 중요한 작업은 여전히 해당 조건을 갖춘 실내공간에서 소개될 것이다.


기존 공공미술 프로젝트가 지녔던 문제점과 한계, 편협한 시각이 이처럼 새로운 변화를 수용하면 어떨까. 팬데믹 시대, 바깥으로 나온 영상작업은 기존 전시의 지형을 일부 바꾸고 있다.

4. 아트페어의 변화

2020년 상반기와 비교해 더 진화하고 발전한 하반기 아트페어의 경향은 2020년 11월 연재에서, 2021년 상반기 아트페어의 변화는 2021년 8월 연재에서 다루었기에 새로운 이슈를 간단히 살펴보고자 한다.


『아트 마켓 2021』에 따르면 코로나19로 2020년 전 세계 아트페어의 61%가 취소되거나 온라인으로 전환되었다.3) 국제 아트페어를 통해 외국 컬렉터를 만나고 작품을 판매하던 활로가 막힌 2020년, 갤러리들은 아트페어나 자체 온라인 뷰잉룸, 온라인 아트마켓 플랫폼, SNS 등을 활용하여 외국 컬렉터에게 작품을 판매했다. 아트페어에 지불하는 수천만 원, 억대의 부스 사용료와 출장·운송 비용은 크게 줄었다. 주요 외신 인터뷰에 응한 갤러리들 중에서는 주요 아트페어를 제외하고는 참여를 줄이겠다고 계획한 곳이 많았다.

[표 1] 2021년 상반기 갤러리의 작품 판매 채널
Clare McAndrew, Resilience in the Dealer Sector: A Mid-Year Review 2021, Art Basel & UBS (September 2021),

출처: https://www.artbasel.com/about/initiatives/midyearreview2021pdf

세계 미술시장 보고서 『아트 마켓(The Art Market)』을 집필한 클레어 맥앤드류는 2021년 9월 『딜러 분야의 회복력: 2021년 중반 리뷰』를 발표했다. 2021년 상반기 갤러리의 작품 판매 채널(표 1)을 조사했는데, 갤러리에서 판매된 경우가 55%, 국제 및 지역 아트페어 7%, 아트페어의 온라인 뷰잉룸 4%, 자체 온라인 채널(웹사이트와 온라인 뷰잉룸, 이메일 등) 23%, 외부 온라인 채널 10%로 집계되었다. 국제 아트페어가 취소되거나 축소된 상황임을 고려하더라도 아트페어의 OVR에서 판매된 비율이 4%에 불과하다는 것은 아트페어가 OVR의 전략과 구조를 다시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실제로 갤러리들은 2020년 하반기부터 유료로 참여한 OVR에 불만을 제기하기도 했다.


아트페어의 변화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크다. 아트바젤은 미술시장을 넘어 미술계를 좌우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해온 만큼 그 영향력과 권력이 막강하다. 부스 이용료만 1억 원 전후에 달하는데, 부스 크기에 따라 차등 적용하여 부스가 커질수록 면적 당 이용료가 늘어난다. 아트바젤에 참여하는 갤러리들은 갤러리 대표나 임원진으로 구성되어 참여 갤러리를 선정하는 선정 위원회(Selection Committee)가 아트페어에서 선보일 전시와 작가, 작품에 대해 갤러리에 조언하거나 지시하는 것에 대한 부담과 불편함을 호소했다. 이 같은 지적에 아트바젤은 갤러리가 최고의 역량을 펼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라고 답했다.4)

2021년 실제로 개최된 아트페어들은 대부분 참여 갤러리 수와 규모를 줄였으며, 이에 따라 기존 개최 장소를 변경하기도 했다. 입장자 수를 제한하고 백신접종증명서나 음성결과지와 신분증 지참과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했다.


온·오프라인을 병행하는 하이브리드 방식이 진화했음에도 지난 연재에서 언급한 대로 아트페어의 개최를 반기는 이가 많다. 대면 관계에 중심을 두는 미술시장 거래의 특성상 갤러리에게는 기존 컬렉터층을 유지하고 현장에서 새로운 컬렉터를 만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아직 팬데믹으로 국가 간 이동이 제한을 받는 가운데, 아트페어는 일부 규모를 줄이고 다양한 도시에서 팝업 형식을 통해 외국 또는 지역에 적합한 모델을 찾아갈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작고 특색있는 기획형 아트페어도 여럿 운영될 것이다. 한 곳에서 다양한 작품을 볼 수 있는 아트페어는 컬렉터에게 여전히 매력적인 모델이기 때문이다.

5. 나가며

이 외에도 갤러리 규모가 점차 커지고 기업화됨에 따라 세계 기업들이 중요시하는 ESG 경영전략을 적용하고 있다. 탄소배출 절감을 지지하고 지키는 움직임과 유색인종 직원을 고용하고 작가를 선정하는 사례도 늘어났고, 직장 내 갑질과 성희롱을 타파하기 위한 교육과 조치도 이어졌다. 국내외 갤러리의 직원과 소속 작가가 법적·윤리적 문제를 일으킨 경우, 이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해결하려는 노력이 필수적임에도, 위기 대응 수준에 머무른 곳이 많다. 갤러리와 아트페어의 협업과 연대의 움직임이 온·오프라인에서 이어졌는데, 책임감과 윤리의식에서 비롯했다고 발표하는 만큼 상생과 공유로 이어지기를 바란다.


2000년대 들어 갤러리와 딜러, 아트페어, 경매사를 주축으로 굴러가던 미술시장에 온라인 플랫폼이 편입했다. 이제 대형 아트페어 기업이 주도했던 전통적인 아트페어 외에 소규모, 부티크 아트페어는 물론이고, 갤러리가 참여했던 기존 아트페어의 형식에서 벗어나 갤러리에 소속되지 않은 작가가 직접 참여하는 직거래 형식의 아트페어도 눈에 띄게 늘어났다. 미술 외에 디자인이나 공예, 다른 영역의 작업까지 함께 소개하는 크고 작은 아트페어도 늘고 있다.


물론 이들이 기존 갤러리가 이끌어왔던 1차 시장의 생태계를 교란한다는 반응과 우려에 대해 고민할 지점도 있다. 그렇지만 앞으로 계속해서 새로운 형태의 시장과 주체가 생겨날 것이며, 온라인까지 확장될 것이다. 기존 주체들은 이 같은 변화를 받아들이고 상생해야 할 것이다.

1) 이경민, 「갤러리이야기 013. 쿠리만수토(Kurimanzutto)」, 『미팅룸』 (2016. 5. 29.), https://blog.naver.com/meetingrooom/220722217517

2) Sarah Belmont, "Call My Agent: the rise of the artist talent agency," The Art Newspaper (March 10, 2021), https://www.theartnewspaper.com/2021/03/09/call-my-agent-the-rise-of-the-artist-talent-agency

3) Clare McAndrew, The Art Market 2021 - An Art Basel & UBS Report (March 2021), 175. https://www.artbasel.com/about/initiatives/theartmarket2021pdf

4) Zachary Small, "After a Lockdown and New Ownership, Where Does Art Basel Go From Here?," ARTnews (March 23, 2021), https://www.artnews.com/art-news/market/art-basel-future-james-murdoch-1234587520

필자 소개

 
 

이 경 민 – K-ARTMARKET 편집위원

갤러리현대 전시기획팀에 근무했고, 『월간미술』의 기자로 활동했다. 현재 미팅룸(meetingroom.co.kr)의 미술시장 연구팀 디렉터로, 국내외 미술시장 주체의 움직임에 주목하면서 다양한 매체와 기관을 통해 글을 기고하고 강의한다. 주요 기관의 연구사업과 비평, 심사에 참여했으며, 작가의 이야기를 듣고 작업의 흐름을 분석하는 글쓰기에 관심이 많다. 미팅룸의 공저 『셰어 미: 공유하는 미술, 반응하는 플랫폼』(스위밍꿀: 2019)과 『셰어 미: 재난 이후의 미술, 미래를 상상하기』(선드리프레스: 2021 출간 예정)에 저자로 참여했다.